
LiB(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은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소재로 양극과 음극 사이 단락(쇼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발열이나 열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2030년 300억평방미터 이상으로 2023년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너지(Shanghai Energy)가 글로벌 1위로 올라서며 저가공세를 펼침에 따라 기존 메이저였던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도레이(Toray) 등 일본기업들은 하이엔드제품 제안이 가능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어 일본기업 추격에 주력해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SKIET, 유럽 투자 이어 북미 진출 “관심”
SKIET(대표 김철중)는 해외를 중심으로 LiBS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SKIET는 증평과 중국 창저우(Changzhou), 폴란드 실롱스크(Slaskie) 3개 공장을 통해 분리막 생산능력 10억4000만평방미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27억3000만평방미터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폴란드 공장을 통해 급성장하는 유럽 전기자동차(EV)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폴란드 실롱스크에서는 2021년 8월 생산능력 3억4000만평방미터의 1공장을 완공했으며 2024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유럽 최대 생산능력인 15억4000만평방미터 체제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생산능력 3억4000만평방미터의 2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각각 4억3000만평방미터 생산능력을 갖출 3공장과 4공장도 2021년 7월부터 건설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며 중국, 미국과 함께 글로벌 3대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이 2021년 82GWh에서 2026년 약 410GWh로 5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철중 SKIET 사장은 “현재 한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생산기지를 성공적으로 갖춘 상태로 앞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북미시장 진출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확장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지역 혹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부품 혹은 조립한 전기자동차 등을 우대함으로써 북미 진출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블유스코프·SKIET, 미국 진출 경쟁
분리막 시장에서는 더블유스코프(W-Scope)와 SKIET의 대결도 주목된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과의 계약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일본 더블유스코프는 LiB 분리막 전문기업으로 매출 1000억엔(약 9827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충주와 청주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가동 예정인 유럽 공장에 더해 미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양산 기술을 2배 향상시켜 앞으로 코스트 경쟁력의 우위를 내세운다는 계획에 더해 생산능력 확대와 범용제품 솔루션으로 2027년까지 수익을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더블유스코프는 한국공장 2곳에 라인을 추가 건설하고 2024년에는 헝가리에서 12억평방미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신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2025년에는 총 23억평방미터 생산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KIET는 분리막 생산능력을 2022년 15억3000평방미터에서 2025년 40억평방미터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생산능력 면에서는 SKIET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모두 북미 시장에 대한 진출 의지도 뚜렷한 편이다.
더블유스코프는 2023년 2분기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북미사업장 신규 건설계획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는 IRA가 통과돼 LiB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2023년 미국 진출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북미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SKIET와의 대결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IRA 세부 지침의 영향으로 중국산 분리막 소재가 규제받게 되면서 한국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KIET는 북미 진출을 확정하면 2027년까지 분리막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2028년 상업 생산할 예정이다. 이미 한국·중국·폴란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IRA 혜택을 위해 북미 진출을 검토해 2023년 말까지 북미 진출 의사 결정할 방침이다.
더블유스코프는 출하량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미들엔드부터 로우엔드 수요 개척에도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나갈 계획이며 최근 생산효율을 2배로 개선한 양산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공정으로 생산한 분리막 샘플을 수요기업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생산원가를 낮춰 신제품의 가격우위성을 시장에 어필함으로써 로우엔드 LiB 시장에도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분리막 생산기업 대부분은 삼원계 양극재를 사용한 하이엔드 LiB 적용제품을 주로 공급하고 있지만 전기자동차 보급 측면에서는 삼원계에 비해 용량이 적으나 자원이 풍부하고 코스트를 절약할 수 있는 LFP(리튬인산철)를 양극재에 적용하는 트렌드도 강해지고 있어 더블유스코프는 3원계 배터리 수요까지 제대로 수용해 추가적인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도록 대비하고 있다.
더블유스코프의 현재 매출 구성은 한국 배터리 생산기업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으나 미래에는 다른 한국기업은 물론 일본, 미국의 LiB 생산기업에게도 폭넓게 공급하겠다는 목표 아래 헝가리 공장 가동과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협업을 통해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어 앞으로 전체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생산효율 개선 기술은 코스트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들엔드에서 로우엔드 LiB 수요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카세이, 건식 분리막 수익성 악화
상하이에너지에 밀려난 아사히카세이 역시 최근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수익성 회복에 도전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미국 자회사 폴리포어(Polypore International)를 감손 처리함으로써 특별손실 1850억엔을 계상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폴리포어와 일체운영으로 전환했으나 최근 독립운영으로 바꾸었고 폴리포어 영업권을 포함한 고정자산 미상각분을 감손손실로 계산하게 됨으로써 최종이익이 2021회계연도 1618억엔에서 2022회계연도 마이너스 1050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초 700억엔대 흑자를 기대했으나 20년만에 적자를 기록했으며 적자 폭 역시 사상 최대로 알려졌다.
폴리포어는 아사히카세이가 2015년 약 2600억엔에 인수한 분리막 생산기업으로 LiB용 건식 분리막과 납 축전지용 분리막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원래 일반 산업용 습식 분리막을 주력 생산했으나 폴리포어 인수를 통해 전기자동차용 채용실적이 있는 건식 분리막을 확보하게 됐고 납 축전지용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다만, 폴리포어 인수 초기부터 전기자동차용 공급을 목표로 설정한 반면, 채용 차종이나 국가별 정책 동향 관련 불확실성이 커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독립운영으로 전환하며 분리막별 특성에 맞는 사업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습식 분리막 중심 미국 공세 강화
아사히카세이는 2030년 글로벌 분리막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시장으로 설정한 미국에서만 점유율 30-40%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고부가가치제품인 습식 분리막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 1회 충전당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서는 니켈 함유량이 높은 3원계 양극재 사용이 권장되며 3원계 LiB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무기소재를 도포한 습식 분리막을 사용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수년 전부터 전기자동차용 3원계 LiB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열폭주를 막고 안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세라믹 도공기술을 개발해왔고 폴리머 기술 경쟁력도 함께 강화함으로써 차별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점유율을 최소 20%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 확대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자체생산과 함께 위탁생산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LiBS 노하우가 집약된 플랫폼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PaaS(Platform as a Service) 사업을 추진하며 이미 여러 수요기업과 협상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폴리포어의 잉여자산을 활용해 습식 분리막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고체전지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 명예 펠로우 주도 아래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어 전고체전지 보급이 본격화될 미래에 북미 사업에서 충분한 현금 창출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기업의 미국 진출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이고 만약 중국기업과 현지에서 경쟁해도 정부 보조금이나 인건비, 건설 코스트가 동일한 상황이라면 우수한 생산성을 갖춘 아사히카세이 분리막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대규모 적자를 낸 건식 분리막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HEV), ESS(에너지저장장치)용 수요 확보에 나서고 최근 저가 전기자동차 차종을 중심으로 탑재되고 있는 LFP 배터리용 수요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LFP에는 습식 분리막보다 건식 분리막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레이‧SCC,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승부”
도레이와 스미토모케미칼(SCC: Sumitomo Chemical) 등 다른 일본 LiBS 메이저들은 주요 수요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고부가가치제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도레이는 기재, 스미토모케미칼은 코팅층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박막화에 도전하고 있다. 분리막 박막화를 통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전극활물질 투입량을 확대하도록 하고 LiB 고용량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포스트 LiB 수요를 노린 새로운 분리막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레이는 금속리튬음극을 사용한 차세대 배터리용으로 무공 분리막을 제안할 방침이다.
금속리튬음극은 충전 시 리튬의 수지상결정(덴드라이트)이 성장해 분리막을 찢는 문제가 있으나 미다공 필름 위에 고내열 아라미드 폴리머 무공층을 적층시킴으로써 리튬 덴드라이트 억제에 성공했다.
PI(Polyimide)를 기초소재로 사용한 분리막 샘플 공급에 나선 3DOM Alliance는 리튬황전지(LiS)용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구 형태의 구멍을 규칙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음극에서 석출된 덴드라이트 생장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시장,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화
LiBS 시장은 미국 IRA를 계기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LFP 등 범용 LiB용과 미국 중심의 3원계 고용량 LiB용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
다.
IRA는 미국 정부로부터 전기자동차 보조금 절반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 주요 부품 비율이 50% 이상, 2029년에는 100%를 충족시켜야 하고 나머지 절반은 배터리의 핵심 자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핵심 4대 소재 생산기업들도 배터리 3사를 따라 북미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고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자동차 판매대수가 2686만4000대로 전년대비 2.1%, 생산대수는 2702만1000대로 3.4% 증가했으며 수출은 300만대를 기록했다.
신에너지 자동차(NEV)는 판매대수가 688만대로 93.4%, 생산대수는 705만8000대로 96.9% 급증했고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 중 차지하는 비중이 25.6%에 달해 당초 목표로 설정했던 20% 전후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을 지지해온 전기자동차 보조금 제도를 2022년 말 종료했고 춘절 연휴까지 겹침으로써 2023년 1월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가 164만대로 전년동월대비 35.0% 급감했고 NEV 판매대수는 40만8000대로 6.3%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 주도형에서 시장 주도형으로 전환
중국은 NEV 판매대수가 2018년 125만대를 기록한 후 2020년까지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2021년 성장 속도가 빨라져 350만대로 약 160.0% 폭증했고 2022년에는 성장률이 93.0%로 낮아졌음에도 700만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국무원이 에너지 절약형 및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발전 계획(2012-2020)을 통해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와 NEV 기술 및 보급량을 정한 이후 NEV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및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발전 계획은 2015년까지 전기자동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누계 판매대수를 총 50만대로 늘리고 2020년까지 생산능력 200만대 체제, 누계 판매대수 500만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2014년 7월 공개된 국무원의 NEV 보급 가속화와 관련된 의견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NEV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NEV 보급이 활발한 도시나 관련기업에게 장려금을 지급하거나 자동차 구입세를 면세하는 등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국무원이 2015년 5월 발표한 중국제조2025 정책은 중국을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올려놓기 위한 전략으로 10개의 중점 분야에서 고도화 및 기술 혁신을 도모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NEV 역시 중점 분야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으며 연비 향상과 국산화 비중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NEV 보급과 스펙 관련 법률 정비가 이어졌으나 부정수급 문제와 국가 재정난 우려 등으로 당장 NEV 보급에 속도가 붙지는 않았다.
반면, 공업‧정보화부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유지해온 NEV 구입세 면제 관련 정책은 중국 NEV 시장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20년 개정안은 2021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정부가 정한 NEV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자동차 구매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중국은 상하이(Shanghai)나 베이징(Beijing) 등 대도시의 NEV 보급이 일정수준 진전된 상태이나 지방은 개발 단계이고 충전소 정비도 대도시에 비하면 늦은 편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지방 등 기온이 섭씨 영하 30도로 떨어지는 한랭지역에서는 기존 LiB가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아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정부 주도형 육성책을 계속 선택할지 아니면 시장 주도형으로 전환할지에 따라 국내 배터리 및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