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들이 지구온난화 대응을 서두르면서 탄소발자국(CFP: Carbon Footprint) 제도가 화학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탄소발자국은 상품(서비스)의 원료 조달부터 사용, 폐기, 리사이클까지 모든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지표로, 금융기관들이 사업체를 평가할 때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도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화학기업은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화학제품이 국제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코스트와 함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7년부터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탄소발자국을 기본 평가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화학기업들이 탄소발자국 제도를 회피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화학 메이저인 바스프(BASF)가 탄소발자국 제도 도입에 앞장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스프는 글로벌 화학기업 중 처음으로 탄소발자국 산정·보고 시스템을 도입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대(TfS: Together for Sustainability) 요구 기준을 충족시킴은 물론 국제인증까지 획득했다. 바스프는 화학기업 최초로 TfS 기준에 맞춘 100% 자동화된 탄소발자국 산정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스프를 비롯해 TfS에 참여한 화학기업 47사는 2022년 탄소발자국 계산을 위한 글로벌 표준에 합의했고, 수요기업들도 원료· 소재에 대한 탄소발자국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바스프는 탄소발자국 계산을 통해 4만5000가지 화학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투명성을 높였고, 수요기업에게 탄소발자국 정보와 국제인증이 포함된 TfS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3년 3월 여수공장, 온산공장이 바이오매스 밸런스 MDI, PA 66의 친환경 국제인증 ISCC 플러스를 획득하고 아시아‧태평양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코베스트로(Covestro)는 탄소발자국 계산 도구를 개발했다. 2024년 말까지 중간원료, 최종제품의 환경 데이터를 검증한 후 순차적으로 수요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코베스트로가 개발한 탄소발자국 계산 툴은 화학제품 최초로 생산부터 최종제품으로 사용될 때까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계산함은 물론 화학제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평가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에는 ISO 인증을 얻은 수동 프로세스로 데이터 제공에 그쳤다.
코베스트로는 2035년까지 스코프1(직접 배출), 스코프2(구입 에너지 사용에 따른 배출)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화하고 기후 중립을 달성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화학기업들이 TfS에 참여하는 등 탄소발자국 대응을 서두르고 있으나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고 있을 뿐 대부분은 탄소발자국이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팀이 발표한 에 따르면, CBAM 도입에 따라 철강을 비롯해 유기화학, 플래스틱, 알루미늄, 시멘트 등 CBAM 대상 5개 부문의 피해액이 매년 5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이 3620억원으로 가장 많고 유기화학(937억원), 플래스틱(742억원), 알루미늄(10억원), 시멘트(2000만원) 순이다. 특히,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추가 부담이 우려된다.
EU의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도 문제로, 톤당 80-90유로(10만8000-12만1000원)로 2018년(7.83유로)에 비해 10배 이상 폭등했다.
국내 화학산업은 수출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탄소발자국이나 CBAM을 외면할 수 없고 대응을 적극화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