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관련기업들이 격화되는 미국-중국 갈등을 주시하고 있다.
2차전지 생산기업들은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추가 규제에 반발해 흑연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2차전지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에 대해 최종적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사안에 따라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반도체·디스플레이·광학장비 제조용 희소금속의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또 흑연은 수출 제한은 아니나 허가 시 더 엄격하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검증하기로 했다. 
수출 허가 신청에 대해 사안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수출 금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는 흑연 수출 통제 강화가 더 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흑연은 2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천연·인조 흑연 모두 글로벌 음극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실제로 특정 수출을 불허하면 대체 도입선을 찾기가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 중국기업으로부터 음극재를 조달하고 부분적으로 포스코퓨처엠에서 구매하고 있다.
탈중국 2차전지 소재 공급망 확립을 주도하는 포스코퓨처엠도 인조흑연과 달리 천연흑연 원료는 전량 중국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탈중국 음극재 공급망은 아프리카산 흑연 도입·가공 체계가 완결되는 2027년 본격 가동 전망이며 그때까지 2차전지 산업의 중국 흑연 의존도는 계속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022년 기준 2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 수입이 2억4100만달러에 달했으며 93.7%를 중국에서 들여올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배터리 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특정 미국기업에 대한 흑연 수출을 금지하면 최종 수요기업으로 두고 있는 한국기업이 한국에서 제조한 2차전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2차전지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확충한 상황에서 흑연을 원활히 조달하지 못하면 음극재 확보 문제로 생산규모와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한 국내 배터리 관계자는 “아프리카로 흑연 도입선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천연흑연 기반 음극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아직은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중국의 미국 흑연 수출 통제 강화가 트럼프 신 정부 후 미국-중국 관계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산업계와 긴밀한 소통 속에서 동향을 주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5일 배터리산업협회 등 배터리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 조치 내용을 진단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