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지오센트릭이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한다.
SK그룹이 친환경 사업의 일환으로 SK지오센트릭에게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을 맡겼으나 석유화학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지오센트릭은 석유화학 사업 부진이 계속돼 2024년 6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2023년 116.8%에서 2024년 133.5%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SK지오센트릭은 당초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플래스틱 재활용 32만톤 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하고, 프랑스에도 2027년까지 7만톤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중단했다.
SK지오센트릭은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판단하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SK그룹 경영진이 화학적 재활용 사업이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사업성이 좋지도 않다고 판단해 투자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래스틱을 가열해 액상화한 후 첨가제를 투입해 열분해유를 생산하고 석유화학 원료로 다시 투입하는 사업으로, 생산 코스트가 2-3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직 기술 개발이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지 못해 장기간에 걸쳐 실험적 수준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재활용 플래스틱은 신규 생산 플래스틱에 비해 코스트가 높을 수밖에 없다. 회수비용이 상당하고 재활용 과정이 복잡하며 개발 기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트가 높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음에도 플래스틱 재활용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가 퇴조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불황 장기화로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을 포기하고 싶은 와중에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친환경을 거짓이라고 몰아 기회로 삼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친환경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국제무역에서 친환경을 수입규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구히 집권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2029년에는 퇴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이 다시 집권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하고, 폐플래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플래스틱 재활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고, 재활용 플래스틱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일PwC에 따르면, 글로벌 플래스틱 재활용 시장은 2019년 368억달러에서 2027년 638억달러로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도 2050년 글로벌 재활용 플래스틱 시장이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 지지부진이 SK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일제히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제 진척이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실제 투자 의사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러나 바스프, 다우, 사빅(아람코), 일본 화학기업 등 국제적으로 재활용 플래스틱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마음대로 투자를 중단할 것을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플래스틱 재활용을 둘러싸고 그린허싱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