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가 최근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선포에 따른 후속조치로 공정거래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고 한다. 제약협회의 모든 회원사가 단계적으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하기로 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특별위원회 위원의 면모도 화려하다. 제약협회 이사장인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을 특위위원장으로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명인제약 이행명 사장,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 중외제약 이경하 사장, 종근당 김정우 사장, 녹십자 허재회 사장, 동화약품 윤도준 부회장, 보령제약 김상린 사장, 한미약품 정지석 부회장, 한독약품 고양명 사장, 대웅제약 정난영 사장 등 가히 국내 제약산업을 대표할만하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국민건강과 소비자 후생을 불공정 거래행위의 보호막으로 생각해서는 아니되며, 제약기업들의 경쟁법 위반행위에 대한 법 집행을 엄격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권오승 위원장은 5월9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한국제약협회가 개최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선포식에 참석해 “국민의 건강과 소비자 후생을 위한 국가의 규제 틀을 독과점 이윤을 공고히 하거나 불공정 거래행위를 할 수 있는 보호막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특히 의약품 가격에 대한 담합 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납품과정에서의 부당한 고객유인, 특허권을 남용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에 실시하는 단계적 프로그램의 순서이다. 먼저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다음 불공정거래 사례가 하나 둘 나타나면 조사하는 척 시늉만내고, 이후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 질타가 쏟아져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지면 본격적으로 조사한다. 이후 불공정거래 사례가 적발되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면 업종단체로 하여금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결의·시행토록 한 후 권오승 위원장이 참석해 불법행위를 강력히 경고하고, 다음으로 과징금을 깎아주는 선처를 베푸는 순서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이 합성수지를 비롯해 석유화학제품 가격 및 수급 카르텔을 10년 이상 지속했을 때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1994년부터 3년이 지나 조사하는 척 시늉만하고, 12-13년이 지난 1995-96년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 전부도 아니고 합성수지 몇개 품목의 카르텔을 적발했다. 그리고 석유화학협회로 하여금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시행토록 한 후 권오승 위원장이 참석해 불법행위를 강력 경고하고 다음으로 카르텔에 대한 과징금을 과하게(원칙대로) 부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 후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며 선심을 썼다. 합성수지 카르텔에 부과한 과징금은 13년 동안 총 매출의 5%는 물론이고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카르텔로 인해 거두어들인 수익의 10%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거나 위원장이 강력히 경고하고 과징금을 깎아주지 않았어도 가격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특별6부는 한화석유화학을 비롯해 LG화학, 백광산업이 “담합한 사실도 없는데 높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차례에 걸쳐 합의를 통해 가성소다 가격의 인상수준과 시기를 결정해 시행했고 출고량 조절을 위해 수출량을 공동 결정하기도 했다”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공정위는 한화석유화학, LG화학, 삼성정밀화학, 동양제철화학, 백광산업 등 5사가 가성소다 가격을 3차례에 걸쳐 12-33% 올리고 출고량을 조절해 담합행위를 했다며 한화석유화학 33억원, LG화학 16억원, 삼성정밀화학 12억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는 카르텔 이전에 강조하는 것이 순서이지 카르텔을 적발하고 난 후 시행하는 것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화학저널 2007/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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