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9월3일 유엔 기후변화협약인 파리협정을 비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으면서도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소극적으로 임해왔고 교토의정서가 무산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파리협정은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지구 온도 상승분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0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목표를 설정했고 196개국이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55개국이 비준하면 자동 발효되지만 비준 국가가 24개로 배출비중이 1.1%에 불과했으나 G2가 비준함으로써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경쟁력 저하 또는 산업발전 저해를 이유로 교토의정서 비준을 회피했지만, 기후이변과 이상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짐으로써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더 이상 강건너 불구경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G2가 파리협정을 비준함으로써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2012년 기준 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억톤에 육박함으로써 중국 83억톤, 미국 52억톤, 인디아 20억톤, 러시아 15억톤, 일본 12억톤, 독일 8억톤에 이어 세계7위에 올라 있어 실효성 있는 감축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37%를 감축한다고 약속해 중국, EU에는 뒤지지만 미국, 일본, 러시아를 앞지르고 있다. EU와 일본은 교토의정서에 합의한 이후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꾸준히 노력함으로써 추가 감축에 소극적이나 그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으나 파리협정 비준을 계기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어떠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교토의정서에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과 무역차별 조치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파리협정에는 무역연계 조항이 없어 수입규제나 비관세장벽을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손을 놓고 있음은 물론 아무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발표하자 일부 신문들은 선진국들도 손을 놓고 있는 판에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조치를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일갈할 정도이다.
재벌단체인 전경련을 중심으로 산업단체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로비를 벌였는지 잘 대변해주고 있다. 산업을 넘어 경제의 공룡으로 커진 재벌기업들은 국가의 장래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스스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골몰하고 있고, 앞으로도 별의 별 이유를 들어 온실가스 감축을 반대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환경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온실가스 감축대책의 명분을 아무리 강조해도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적극 나설 리 만무하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적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2당으로 전락해 힘을 잃은 지 오래됐다.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겠지만 임기 1.5년을 남겨둔 박근혜 정권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를 일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불문하고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야 큰 무리 없이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획기적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