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시장에 이상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3월이면 현물가격이 연속 상승하거나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분위기가 뚜렷하고 3월 중순에는 에틸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했으며 일부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에틸렌은 100달러 이상 폭등했으나 한국산만 대폭등했고 나머지는 급등에 그쳤다. 일본이 정기보수에 들어가 한국산 수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인 가운데 무역상들이 장 막판 소규모 거래를 통해 대폭등을 유발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아시아 전체의 수급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제품은 봄철부터 수요가 본격화돼 수급타이트를 유발함에 따라 3월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고, 특히 정기보수가 겹쳐 에틸렌을 중심으로 상승을 넘어 급등 또는 폭등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전인대 행사를 앞두고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정기보수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좀체 상승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있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을 제외하면 수급타이트는 고사하고 공급과잉 현상이 뚜렷하며 중국은 동부지역 주요 항구의 재고가 쌓여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경기가 예상과는 다르게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월 자동차 판매대수가 170만대로 1월에 비해 39.0% 격감했고 2017년 2월에 비해서도 11.1% 감소했다고 한다. 유례가 없는 현상으로, 중국이 전인대를 열어 시진핑 주석을 재선임하고 국무원 체제를 재정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상당히 위축되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미국의 견제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이 심각하고 부실대출에 따른 금융위기가 언젠가 터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거품경제가 한계가 도달함으로써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고도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큰 탈 없이 막아왔으나 중앙정부가 손을 쓰는데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한편으로는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을 추진하면서 경제에 집중하지 않음으로써 곪아터질 것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도 있다.
여기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무역에 있어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함으로써 중국 산업이 기로에 서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장기 고도성장을 이끌어왔으나 임금을 대폭 올려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미국이 중국산 수입규제를 본격화할 조짐을 보임으로써 산업생산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의 50% 안팎을 수출하고 수출량의 50% 정도를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산업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위축 또는 침체가 낭설에 그치기를 고대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수요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볼 때 쉽게 생각하고 대응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수요 감소는 중국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어서 극심한 공급과잉을 불러 현물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중국이 6%대 성장을 지속한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듯이 중국 수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나쳤다고 인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