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을 완료하고 접종에 돌입했다.
영국이 2020년 12월8일 화이자(Pfizer)와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승인하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도 12월14일 접종을 개시한데 이어 유럽 국가들도 접종을 시작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모더나(Moderna) 백신도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이 승인함에 따라 공급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2월 말부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2분기에 얀센(Jassen)-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과 모더나, 3분기에는 화이자 백신을 공급한다.
대유행 1년만에 개발 … 부작용 미검증 “우려”
코로나19 백신은 2019년 말 중국 우한(Wuhan)을 시작으로 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된 지 약 1년만에 바이러스 게놈 해석과 백신제제 설계, 생산체제 구축, 글로벌 임상시험을 빠르게 완료하며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속도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로 제조한 것이어서 기존 백신처럼 바이러스 자체를 취급하지 않고 바이러스 게놈 배열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제제를 설계해 조기 개발이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만명 단위로 진행했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2개 백신 모두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유효율이 95% 전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개발된 백신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을 상업화하기까지 일반적으로는 약 10년 정도가 소요되지만 2개 백신은 개발‧임상데이터가 1년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4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으나 영국과 미국에서 접종 시작 후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사례가 보고됐다.
앞으로도 세계 각국에서 수천만명, 수억명이 접종받으면서 임상시험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던 부작용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화이자보다 빠르게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됐던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임상시험에서 원인불명의 증상이 보고되면서 안전 확인을 위해 전세계에서 임상시험을 중단했고, 존슨앤드존슨 백신 역시 비슷한 이유로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바이오 CMO 생산능력이 공급 좌우한다!
백신 공급은 바이오계 CMO(의약품 위탁생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1년까지 30억회 접종 가능한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며 대부분을 외부 위탁으로 생산하고 있다. 15개국에서 20사 이상의 CMO와 제조계약을 체결했고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돼 신설된 백신 전문기업으로, 2020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원액과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8월에는 노바백스(Novavax)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항원 개발과 생산 및 글로벌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생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물량은 국내 승인 후 국내 접종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1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제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가장 빠른 일정으로 국가출하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 노바백스 역시 10억-13억회 접종분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전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1년 최대 100억회 접종 가능한 백신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개발단계인 백신들도 접종을 시작한다면 CMO 등 생산설비를 충분히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후발주자 개발도 본격화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포함해 4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11월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전자 재조합 백신 NBP2001 임상1상을 승인받았고 12월31일에는 또다른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GBP510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NBP2001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 항원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며 GBP510은 표면 항원 단백질이 나노구조(정20면체)를 형성하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차이가 있다.
GBP510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개발 지원 대상에 선정되며 임상1‧2상에 활용할 1000만달러의 연구개발(R&D)비를 지원받게 됐다.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NA 백신 GLS-5310의 임상시험을 승인받고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2021년 1월 말까지 임상1상 대상자 등록과 첫 접종을 완료하며 임상2상에서는 건강한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위약(플라시보) 대조 등을 통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유효한지 평가하며 임상기관도 5개로 확대한다.
제넥신도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은 2회 투여하며 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백신 GX-19N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말까지 임상1상에서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첫 접종을 마쳤다.
당초 GX-19 이름으로 2020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으나 이후 변이가 발생해도 바이러스의 물질적 특성을 유지하는 뉴클레오캡시드를 타깃으로 개량한 GX-19N으로 변경한 후 다시 승인받았다.
셀리드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2021년 1월 백신 후보물질인 AdCLD-CoV19를 국내 임상1상 대상자에게 처음으로 투여했으며 상반기에 임상2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리드 백신은 영장류 대상 효력시험에서 1회 투여만으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를 생성했고 감염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특이적 T세포를 효과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진행된 감염방어 시험에서도 상기도와 폐 조직에서 살아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시노팜(Sinopharm)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 접종을 시작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안제스(Anges)가 2020년 6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해 12월 임상2상에 착수했으나 시오노기제약(Shionogi)은 12월에, KM Biologics는 2021년 1월4일에야 임상1상을 시작했고, Daiichi Sankyo는 3분기 이후 임상시험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유럽 제약기업과 비교했을 때 최종단계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할 역량이 부족해 백신 개발이 더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기간에 다량의 유효성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임상시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안제스와 시오노기제약이 수만명 단위로 해외 임상3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개발조직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 백신 콜드체인 핵심으로 … 한국, 초저온 냉동고 미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콜드체인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모두 초저온에서 관리해야 해 콜드체인 구축 여부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섭씨 영하 75도 보관이 요구되고 있으나 영국‧미국에서도 보관 온도를 지키지 않아 접종이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접종 1시간 전에 영상 2-8도에서 해동한 후 접종이 가능하고 해동된 상태에서 5일 동안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5일 안에 접종을 마쳐야 한다.

모더나 백신도 초저온 보관이 필요하나 영하 20도로 홍역과 같은 생백신과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화이자 백신보다는 운송‧보관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 가장 먼저 도입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적인 독감 백신의 적정 온도인 영상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백신 도입 후 의료기관에 생산기업이나 종류마다 다른 보관법과 취급법을 빠르게 교육시키고 원활하게 접종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백신 생산량 가운데 50%가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변질돼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2021년 3분기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하나 초저온 냉동고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이며 1월 100대, 1분기 말까지 250여대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정부 지침 없이 자체적인 대응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1월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출범하고 백신의 신속한 도입과 공급, 관리를 위해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식품이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 인력을 파견했다. 골드체인 유지를 위한 유통기업과의 계약도 1월 마무리한다.
일본, 드라이아이스 일괄 공급 꿈꾸나 “비현실적”
일본은 정부가 드라이아이스를 일괄적으로 공급해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6월까지 6000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며 백신 접종 및 수송에 필수적인 물자와 유통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과 계약을 완료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외하면 저온 보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먼저,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창고용 초저온 냉동고를 확보하고 있으나 최초 수송된 곳에서만 대응이 가능하고 접종 장소까지 수송할 때나 접종 직전까지 보관할 때에도 초저온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열재를 넣은 보랭함에 정기적으로 드라이아이스를 채워 보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로는 약 10일 동안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우선 접종 대상자를 추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백신 공급계약만 체결했을 뿐 승인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이아이스가 어느 정도 필요할지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수만톤 수준은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선 2021년 3월 이전까지 필요한 570톤을 확보하는데 그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 생산능력이 크지 않고 여름-가을철은 항상 수급타이트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수만톤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기존 생산‧유통체계로는 대응 불가능
일본은 드라이아이스 공칭 생산능력이 33만5000톤이지만 최근 수년 동안 원료 고순도 액화탄산을 공급하는 정유‧화학기업들의 통폐합이 잇따르면서 자국산 조달량보다 한국, 중국산 수입이 더 많은 상태이다.
Nippon Ekitan 등 일부기업이 신증설을 추진했음에도 생산량은 연평균 1-2% 증가에 그치고 대부분이 백신 수송이 아닌 기존 내수 충족용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또 Nagaoka Carbonic이 2020년 11월 신규설비를 완공하고 가동에 돌입했으나 나머지 신증설 설비는 가동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백신 수송을 위해서는 드라이아이스를 9-16mm 펠릿형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알갱이형으로 공급하는 드라이아이스는 이미 대부분이 수지 성형제품의 이물질 제거 등 특수용도로 투입되고 있고 9-16mm 펠릿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사이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이 연속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하면 드라이아이스는 전략물자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본은 우선 생산기업들에게 생산량 확대를 요청하고 있고, 특히 현재 병목 상태인 펠릿형의 생산을 늘릴 방도가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
한국, 여름철 성수기와 겹치면 유통대란 우려…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은 백신 도입 후 실제 접종까지 보관 과정에서 훼손을 막고 원활히 접종할 수 있도록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골드체인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액화탄산 생산능력이 100만3000톤에 달하고 수요는 70만톤이나 실제 생산량이 적어 수급타이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여름에는 3월 발생했던 롯데케미칼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 폭발사고 여파로 액화탄산 가동률이 50%로 급락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드라이아이스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하는 등 극심한 수급타이트 상태를 겪은 바 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계기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연평균 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으며 백신 접종이 집중될 여름철은 원래도 드라이아이스 성수기이기 때문에 수급타이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백신 유통‧보관에 필요한 양을 조기에 산출하고 확보해야만 백신 접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