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탁 생산기업인 타이완의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6월11일 TSMC 거래처 관계자들을 인용해 TSMC가 일본 정부 요청에 따라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구마모토현에 300㎜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관련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닛케이의 요청에 일단 “답변할 수 없다”고 반응했으나 첨단 반도체산업 부흥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일본 정부가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정책을 관장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5월31일 TSMC에 약 190억엔(약 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TSMC가 이바라키현의 쓰쿠바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 조성사업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업에 필요한 전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 예정이다.
전성기인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했던 일본은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을 제대로 펴지 못해 제조장비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는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 자동차 등 각종 디지털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개발 거점을 일본에 신설키로 한 TSMC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들어 첨단 반도체 생산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체도 신설했다. 반도체·디지털 인프라 등에 관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입안할 기구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회의를 가동하는 등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사면 소니(Sony) 그룹과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핵심 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미국-중국 대립 등으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을 위시한 각국이 TSMC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눈에 띄게 뒤처진 반도체산업을 재건할 결정적 카드로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2020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애리조나에 총 12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