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은 아세안(ASEAN)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중국 무역 분쟁이 지속되며 중국의 대체지로 부각돼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세안은 1967년 8월8일 방콕 선언에 의해 창설된 동남아시아 국제기구로 필리핀, 말레이지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타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 가입해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로 미국, 타이완, 일본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베트남, 타이,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으며 중국 제조설비들도 알타시아 국가로 빠르게 분산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 역시 무역·산업·인프라의 상호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과 전면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알타시아, 14개국이 중국 공급망 재편한다!
알타시아(Altasia)는 기존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알타시아는 대안적 아시아 공급망(Alternative Asia Supply Chain)의 약어로 글로벌 공급·생산기지로서 중국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 주변의 14개국을 지칭한다.
한국, 일본, 타이완, 방글라데시, 인디아와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필리핀, 말레이지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타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을 포함하며 최근 미국-중국의 무역경쟁 격화에 따라 글로벌기업이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하며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는 알타시아 14개국이 자원, 기술, 노동력, 물류, 투자 등에서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 재편이 가능하고, 알타시아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 도로·건설 인프라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한국 관련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트라는 현재 한국이 일본, 타이완 등과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싱가폴이 금융 및 물류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알타시아 내 공급망이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알타시아 14개국은 2023년 미국 수출액이 7520억달러로 중국 4272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24년 4월 중국의 해운·물류·조선산업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슈퍼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석유화학, 아세안 수출 급부상
석유화학은 아세안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 5월 수출액은 581억5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1.7% 증가했으며 2022년 7월 602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후 22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 석유화학, 자동차, 석유제품, 선박, 바이오헬스, 가전, 섬유 등 11개 품목이 증가하고 일반기계, 철강, 자동차부품, 2차전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 탓에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 상승이 제한됐으나 메이저의 생산량 증가, 정기보수 일정 부재에 따른 수출물량 증가, 주요시장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수출이 증각하고 있다.
석유화학 수출은 5월1-25일 기준 중국이 10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2% 감소한 가운데 아세안은 석유제품이 13억달러로 40.9%, 석유화학이 4억6000만달러로 23.4% 급증했다.
베트남 제조업 경기회복에 따른 원료 수요 증가와 말레이지아 전자제품용 플래스틱 부품 수요 증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디아는 제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석유화학 수출이 2억6000만달러로 24.8% 급증했다.
7월1-20일 전체 수출은 372억달러로 18.8%, 수입은 372억달러로 14.2% 증가했다. 베트남(23.6%), 중국(20.4%), 미국(13.4%), 일본(6.5%), 유럽연합(3.3%)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LG화학,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로…
LG화학(대표 신학철)은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로 사업지를 변경했다.
로이터(Reuters)가 7월5일(현지시간) 공개한 베트남의 기획투자부 서류에 따르면, LG화학은 베트남 정부에게 배터리 사업 관련 전체 투자비용 중 30% 수준을 지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도네시아로 투자 지역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베트남 정부가 반도체 사업에 관한 지원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일부 생산설비를 인디아로 이전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반도체기업 AT&S 역시 베트남 대신 말레이지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텔(Intel)은 베트남 정부에게 33억달러(약 4조5600억원)의 투자 제안과 15%의 현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베트남 정부가 거부해 사업지를 폴란드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대표 김동명)은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준공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핵심 국가로 전기자동차(EV) 배터리 핵심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이 세계 1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해 카라왕 신산업단지(Karawang New Industry City)에 HLI그린파워(Hyundai LG Indonesia Green Power) 10GWh 배터리 공장을 2021년 9월 착공하고 2023년 하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2024년 2분기부터 고성능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LiB(리튬이온전지) 셀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원자재 조달 △배터리·완성차 생산 △충전 시스템 확대 △배터리 재활용을 포괄하는 현지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아세안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방침이다.
효성·SK, 아세안 투자 “가속”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에 추가 투자를 강행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베트남법인 효성비나케미칼(Hyosung Vina Chemicals)은 6월 효성화학을 대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552억원을 진행하기로 했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자회사 효성비나케미칼의 PP(Polypropylene) 30만톤 공장 증설에 1조5000억원을 투자했으나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설비 오작동, 부품 교체, 원료 부족 등을 이유로 플랜트 가동을 중단해 증설 비용 적자가 누적됐다.
2024년 1분기에는 시황 약세와 해상운임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348억원을 기록했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효성비나케미칼의 일부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SKC(대표 박원철)는 2023년 자회사 Ecovance를 통해 인도네시아 Chandra Asri Petrochemical과 생분해성 소재인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및 PBS(Polybutylene Succinate)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MOU를 맺었으며, SK리비오를 통해 2024년 5월 베트남 하이퐁시(Hai Phong) 경제특구에서 PBAT 7만톤 공장을 착공했다.
OCI, 말레이지아 폴리실리콘 강화
OCI홀딩스(대표 이우현·서진석)가 말레이지아 정부와 폴리실리콘(Polysilicon) 사업을 확대한다.
OCI홀딩스는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 유치행사 KL20 서밋 2024에서 말레이지아 중앙정부와 투자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증설에 필수적인 신규 전력 공급 안정화와 사업 다각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OCI의 말레이지아 자회사 OCIM은 사라왁(Sarawak) 공장에서 친환경 수력발전을 바탕으로 저탄소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3만5000톤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생산능력 5만6500톤을 확보하고자 8500억원을 투입해 단계적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4년 4월21일 쿠알라룸푸르에 말레이지아 지역본부를 개소했으며 동남아를 기점으로 폴리실리콘 사업 확장 및 신사업 발굴을 본격적으로 가속화할 계획이며, 미국이 2023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ELPA)을 근거로 중국산 폴리실리콘을 사용한 태양광 모듈 수입을 사실상 금지해 OCI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OCI홀딩스가 생산한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20달러 내외로 시장 평균 가격의 3배에 달하나 글로벌 탈탄소 트렌드 및 미국 태양광 수요 증가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CI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기존사업 경쟁력 및 수익성 강화로 성장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위해 2024년 일본 도쿠야마(Tokuyama)와 말레이지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며, 배터리 소재는 실리콘 음극재 특수소재(SIH4) 공장을 6월 착공했고 2025년 상반기 준공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 타이 암모니아 진출 “확대”
한국은 타이 암모니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엘텍유브이씨는 6월25일(현지시간) 타이 방콕(Bangkok)에서 에너지기업 마코퍼레이션오일(Macorporation Oil)과 연간 20만톤의 그린 암모니아를 15년간 판매하는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마코퍼레이션오일은 에너지 무역이 주력 사업으로 러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타이, 동남아에 공급하고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톤당 750달러 선으로 엘텍유브이씨의 300만톤 장기 수주액은 22억5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김세호 엘텍유브이씨 대표는 “UAE(아랍에미리트), 인디아에 이어 타이에서 그린 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월20일 타이 국영 석유기업 PTT의 발전 자회사 GPSC(Global Power Synergy)와 암모니아 혼소,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CCS) 및 이용(CCUS) 기술 공동연구 및 도입 검토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2026년까지 타이 라용(Rayong) 소재 게코원(Gheco-One) 발전소를 대상으로 암모니아 혼소 발전과 CCUS 기술 적용에 대한 연구 및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게코원 발전소의 설계, 주기기 제작·공급, 시공을 일괄 수주한 바 있다.
700MW급 게코원 발전소에 20%의 암모니아 혼소를 적용하면 방콕 전체 면적의 4분의 1 이상을 산림화한 효과에 해당하는 연간 70만톤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수소 등 탄소중립 발전 기술 도입을 위한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