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서리) 임명을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김대중(DJ) 대통령은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7.11 개각을 두고 이렇듯 말들이 많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신하다는 평가는 물론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후 처음으로 여성을 총리에 임명했으니 아낌없는 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설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음직하다. 그런데 장상 총리서리의 큰아들이 국적문제 논란 와중에 국내 의료보험 혜택까지 받으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본인은 Princeton 신학대학원을 Princeton대학교 신학대학원으로 잘못 기재해(의도적으로 속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문제를 일으켰으며, 더군다나 1988년 땅투기 열풍이 온나라를 시끄럽게 할 때 군사분계선이 머지 않은 경기도 양평의 5000평을 사들여 투기꾼 신세로까지 전락했으니 본인은 물론이고 DJ도 완전히 체면을 구긴 꼴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가 장상 총리서리 발탁배경으로 『21세기는 여성이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총리를 발탁했으며 학자, 교육자, 대학총장을 역임해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각을 효율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거창하게 발표했으나 참으로 우스운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장상 총리서리는 평북 용천 출신으로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수학한 뒤 1977년 이화여대 교수로 임용됐고, 1996년 9월부터 이화여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과 통일고문회의 고문을 지냈으며, 한국YWCA연합회 부회장을 맡는 등 여성운동에도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총리 자격으로 부족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여성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점에 비추어보면, 남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온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에 있는 국무총리를 최초로 여성에게 맡김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참여와 활동 폭을 넓히는 기폭제로 삼았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닌 것이다. DJ는 1998년 2월 취임하자마자 IMF 국난을 당해 정부조직 및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도 대통령선거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아래 정부조직 축소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부를 신설했으며,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여성을 임명한 후 대변인으로 승격시켰고, 공무원의 임용과 승진에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도 국가정사를 논의하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여성할당제를 도입했을 정도이다. 인구 4700만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을 우대하고 국가발전에 동참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이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청와대 안방마님은 80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DJ가 가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용안(?)을 우러러볼 수 있고,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부처 장관이나 고위 공직자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청와대 안방마님의 영향력 행사가 돋보여 보였다. 말썽 많았던 법무부 장관이 그러했고, 환경부 장관 또한 그러했다. 그것으로 부족해 이제는 국무총리 임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신라시대의 여왕이 되살아나지 않았는지 국민들이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여성을 아끼고 사랑하니 국무총리 아들의 국적문제나 학력 허위기재, 땅투기 의혹쯤은 별 문제가 아니될 것이다. 허기야 큰아들은 국회의원, 둘째아들은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부이사장, 셋째아들은 빈대신세에 초호화생활을 즐기면서 둘째와 셋째는 수십억원을 챙기면서 부정과 비리를 일삼았으니 그 정도쯤이야 큰 문제가 될 것도 없다고 보았음직하다. YS나 DJ가 똑같은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 빈대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던져준 것이 한편으로 고맙기는 하지만… 『대통령 유고시 국방을 모르는 여성총리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망언도 대통령 유고나 국방문제가 논란의 초점으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 여성 비하의식 정도로 폄하돼 논란을 빚고 있을 정도이니 이제는 무엇이라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DJ에게 박수를 쳐주면 어떻게 할까? 그러하면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한발 물러설 수 있을지… 한국사회는 IMF 경제위기를 당한 지 5년만에 또다른 정치적·사회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학저널 2002/7/2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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