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으로 군림해온 미국 GM (General Motors)이 6월1일 Chapter 11 규정에 따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크라이슬러에 이어 자동차 빅3 중 2번째이다. GM은 소형화의 대세를 타지 못하고 대형 자동차 생산에 매달린 나머지 10년이 넘게 판매부진에 시달렸으며, 2008년 불어닥친 서비프라임 모기지 부실대출에 따른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부채가 270억달러(약 34조원)에 달해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GM을 파산시킨 후 600억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GM의 지분 72.5%를 확보하고, 핵심 자산인 캐틸락 브랜드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섬은 물론 2만명의 추가 감원과 14개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어서 새롭지는 않지만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우위와 근로자의 인생역전이라는 2가지 가치를 모두 상실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GM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과 복지 덕분에 일부이기는 하나 자택은 물론 별장, 보트를 소유할 수 있었고 직원 할인가격으로 구입한 자동차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등 중산층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또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필요도 없었고 충분한 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생활까지 보장받아 파산의 동기로 작용했지만 노동자 천국으로 인정받았다. GM은 1960년대에 매출이 단일국가의 GDP를 웃돌 정도로 성장했으나 1970년대 석유위기를 계기로 소비자들이 작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GM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손실액이 900억달러에 육박했고, GM 근로자들은 1990년대까지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2005년 노조가 신규 채용 근로자 임금의 절반 감축과 2015년까지 파업포기 등에 합의하면서 거의 모든 혜택이 사라지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GM 노조는 회사와 막바지 구조조정안에 합의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과정에서 노조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싶었지만 회사가 무너질 것이라고 판단해 더 양보함으로써 혜택을 잃고 직장도 잃게 되지만 회사는 살리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감원에 반대하는 노조의 총파업에 대응해 5월31일부터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농성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스스로 해산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업무방해죄 고소,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GM 노조가 처음부터 순순히 양보한 것은 아니지만 쌍용자동차 사태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권이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8개 재벌그룹들과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GM 사태가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채비율, 부채총액, 이자보상배율,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및 금융 차입금 상환을 위해 계열사나 유휴자산 매각, 유상증자, 외국자본 유치 등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매각 및 인력감축을 둘러싸고 노-사가 날카로운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동부그룹은 동부메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의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 동부하이텍의 울산 중화학공장,동부저축은행 지분(20%)을 팔아 은행권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조기 상환키로 했다고 한다. 울산의 중화학공장은 바로 비료, SM, PS 공장을 일컫는 것으로 동부가 화학사업에서 손을 떼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 화학재벌 가운데서는 동부그룹에 그치지 않고 몇몇이 부실정리 대상에 올라 있고 2010-11년에는 재계 10위 안에 드는 화학재벌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화학기업과 노동자들은 GM의 파산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생존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9/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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