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17.01.02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이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빈손으로 태어나 세상을 떠날 때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리이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황금보자기에 쌓였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산부인과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했든 빈손이고, 가난하게 살다 하늘나라를 가나 호화스러움을 만끽하고 천당을 꿈꾸나 결국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하지만, 부를 탐하고 권력을 추구하며 명예까지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머지 인생을 망치는 꼴을 가끔 보게 된다. 아마도 한 가지를 추구했더라면 존경을 받고 천당에 갈 수 있었을 것을 2-3가지를 동시에 추구한 것이 지옥의 문을 두드리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대한민국, 1988년 올림픽에 이어 2002년 월드컵으로 이어지면서 응원가의 대명사가 된 대한민국,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친숙하지만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치고 대한민국을 자랑하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원인 대한민국은 오늘날 어떠한 꼴인가?
박근혜 게이트라고도 하고 최순실 게이트라고도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는 왜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국가를 어지럽게 한 당사자들과 공범자들, 주변을 맴돌던 패거리들은 왜 그렇게도 뻔뻔스러울 수 있는지 눈을 뜨고 보기에 민망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외치면서 국민소득이 훨씬 더 큰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국민들로 가득 찬 대한민국이라는 땅 덩어리에서 가치와 명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다반사로 나타나는 것은 왜 그러할까?
5000만에 달하는 국민 중 소득세를 한푼이라도 내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무리 삶이 팍팍하다고 해도 소득세 한푼 내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주말이면 산이나 관광지는 발을 디딜 틈이 없고 4-5일 연휴가 다가오면 인천국제공항은 초만원이다. 1인당 입장권이 10만원이 넘는다는 오페라는 젊음으로 가득차고 야구장은 암표가 나돌 정도라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도로는 공포로 가득찬지 오래됐다. 질서와 양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끼어들기에 새치기, 위협운전은 예삿일이 된지 오래됐으며 대형 화물차나 버스는 피해가는 것이 상책일 정도로 위협적이다.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해도 강남 음식점은 주차전쟁이고 도로가 주차장으로 돌변하기 일쑤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손을 뻗친 3가지를 기억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삼청교육대를 기억할지는 몰라도 중고등학생들의 자율성을 확대한답시고 실시한 교복 자유화와 고위공무원들의 자가운전을 권유한다고 내던진 도로교통법 완화 조치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위공무원의 자가운전은 명분이고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재벌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갈취한 대가로 쏟아낸 각종 선물 중의 하나가 바로 도로교통법 완화로, 오늘날 난폭운전과 안하무인 행태의 근본으로 작용했지 않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몇년 전에는 강화해도 시원치 않을 운전면허 시험기준을 대폭 완화해 교통사고 천국을 만들지 않았던가. T자 코스를 추가하자 합격률이 92%에서 18%로 추락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국가를 운영할 수 있고, 운전할 때 안전의무 준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덕목이다.
소득세를 내지 않고 난폭운전이 기본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다.
<화학저널 2017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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