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마찰 심화로 타격 확대 … 2019년 성장 둔화 불가피
화학저널 2019.03.04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들어 건전한 회복이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 성장률을 연평균 3%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으며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소비가 꾸준한 호조를 나타내는 등 앞으로도 경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몇가지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대대적인 세금감면의 효과가 약화된 가운데 상원과 하원의 영향력이 역전되며 정책 통과가 지지부진해 경제도 악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무역분쟁 역시 각종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 분야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부품용 초소형 모터는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10% 추가 부과함에 따라 사실상 수입이 불가능해졌다.
수지 컴파운드도 중국산 이산화티타늄(TiO2: Titanium Dioxide)을 수입해 미국 현지에서 컴파운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마찬가지로 관세 10%를 추가 부과받음으로써 수입이 불가능해져 대체제품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인디아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으나 새로운 수입처를 선정하면 사용자 평가를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해 평가가 완료되기 이전까지는 결국 관세 추가 부과로 가격이 올라간 중국산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잉크 원료도 코스트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미국-중국 무역마찰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관세장벽을 세우기 이전에도 이미 중국산 자동차 타이어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몇년 전부터 미국 현지에 진출한 일본, 유럽 타이어 생산기업들은 현재의 상황을 호재로 파악하고 풀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 타이어 제조공정에 필요한 고무가황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관련기업은 미국 수요가 폭증하며 기존 생산량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워진 곳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리거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등 양보하며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양국 무역마찰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세계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도 중국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고 있어 경제가 받을 타격은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또 대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2018년 11월 초 실시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우세한 정국을 만들어내 앞으로 공화당이 제출한 정책들이 국회를 바로 통과하지 못하고 오래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아무리 중국에 대해 동일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작업에 민주당이 동조하지 않아 예산 효력이 상실되고 일부 정부기관이 폐쇄 위기를 맞았던 것처럼 무역 분야에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여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경제가 2018년에는 나홀로 성장을 달성했으나 2019년 이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물론, 호조는 계속 이어지나 원자재 가격 급등, 인력 부족, 운임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18년과 같은 수준의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2018년 11월 3개월 연속 3.7%를 기록하며 48년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낸 바 있다.
현지에서는 실업률 3%가 실질적으로 완전고용에 도달해 인력이 부족한 상태를 가리킨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송 분야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영토가 넓어 장거리 수송 트럭 운전기사가 일주일 이상 근무해야 하는 등 업무가 과중해 임금이 높은 편임에도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운전기사를 구해도 화물을 적재하거나 내리는 작업자 수가 부족해 결국 수송 분야 전체적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기업을 비롯해 미국에 진출한 타국기업들도 고용난에 시달리고 있다.
구직자의 연령대나 경력만으로 선별적 채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인력을 채용할 때마다 안전을 포함해 다양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력 채용이 생산성 향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낳고 있다.
플랜트나 EPC(설계·조달·건설) 관련사업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기업들은 미국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추가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리케인 등 천재지변의 영향도 있으나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운임이 대폭 상승했으며 여러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건설업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에 진출한 엔지니어링기업들은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해야만 그나마 수월한 사업 수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본은 Mitsubishi Chemical(MCH)이 미국에 MMA(Methyl Methacrylate) 플랜트를 신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숙련기술공 부족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운전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언젠가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숙련기술공 부족은 셰일가스(Shale Gas) 및 셰일오일 채굴이 활발해진 영향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19년 초 셰일 채굴 프로젝트 가운데 대규모 안건들이 일단락될 예정이어서 인력 부족이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으나 운임 상승으로 결국 인력난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앞으로도 미국의 주도 아래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셰일·석유화학, 자동차, 최첨단 기술 분야 등에 초점을 맞추고 현지 상황을 적극 파악하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화학저널 2019년 3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