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고체전지, 전기자동차의 핵심으로 부상
전고체전지는 전기자동차 구동에 필수적인 배터리로 LiB(리튬이온전지) 대체를 서두르고 있다.
LiB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액체 전해질이 채워지나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고 크기는 절반이지만 충전용량은 오히려 커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형태 변형이 자유롭고 가벼우며 몇년간 사용해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액체 전해질보다 낮은 전도도를 극복하는 것이 숙제이나 전고체전지를 사용하면 전기자동차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나 배터리 생산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BMW 등 유수의 자동차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월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전지 기술을 발표했다. 현재 가장 용량이 큰 전기자동차인 테슬라(Tesla)의 테슬라S 배터리는 1회 충전에 630km를 주행할 수 있다.
전고체전지는 리튬 음극재가 결정체로 굳어 수명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난제로, 삼성전자는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입히는 기술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게 늘어진 전원 케이블에서 전자기기를 해방시킨 충전지인 LiB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Li)이 왔다 갔다 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하는 원리로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몰려가면 전기가 충전된 상태이고, 다시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발생한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오가는 도로 역할을 하며 충전 성능을 좌우하나 가연성을 가진 액체이기 때문에 폭발위험이 있고 아주 촘촘한 밀도로는 만들지 못해 소형화에 불리하며 구부리기도 힘든 단점이 있다.
또 오래 쓰면 점점 열화돼 스마트폰을 1-2년 사용했을 때 배터리 충전량이 점점 줄어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전고체전지는 전해질 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체로 대체해 LiB의 단점을 해소했다. 고체로 만들면서도 리튬이온이 액체 때보다 훨씬 더 잘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 액체 전해질 수준의 높은 전도도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으나 연구개발(R&D) 확대로 해결해가고 있다.
전기연구원, 고체 전해질 코스트 90% 낮춘다!
전고체전지의 고체 전해질 생산 코스트를 90%까지 낮출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 연구팀은 고체 전해질을 저가에 만들 수 있는 특수 습식 합성공법을 개발했다.
전고체전지는 전자와 이온이 두 전극을 오가는 길인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LiB보다 화재 위험이 낮고 구조가 단순해 고용량화, 소형화가 가능해짐으로써 새로운 전기자동차 배터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습식 합성공법은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것이 단점으로, 이온 전도도가 낮으면 배터리 안에서 이온이 상대적으로 잘 이동하지 못해 배터리 성능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 성능을 올리기 위해서는 순도가 높은 전해질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제조코스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 방법을 개량한 특수 습식 합성공법을 개발했다. 특수 첨가제가 핵심으로, 특수 첨가제를 넣으면 전해질 원료의 순도가 낮아도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 전해질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극 역시 제조공정을 개선해 더 높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기존 LiB의 전극을 만들던 제조라인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활용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상민 차세대전기연구센터 센터장은 “저가형 고체 전해질 소재 합성공법을 개발함으로써 전고체전지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주도로 공동개발 추진
전고체전지는 2000년대 중반 일본 도쿄공업대학 간노 료지 교수가 분말 형태의 황화물계 소재의 가능성을 제시해 액체의 전도도를 따라잡을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핵심 개발 프로젝트는 대부분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
TDK와 무라타(Murata Manufacturing)는 기술개발을 완료했고 2020년 전고체전지를 상업화할 계획이다.
TDK의 세라차지(CeraCharge)는 세라믹 소재를 활용한 전고체전지로 10mm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 IoT기기의 온도·습도 측정기에 세라차지를 탑재해 낮에 태양 빛을 충전하면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세라믹 방식은 대용량 배터리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약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와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 닛산자동차(Nissan Motor), 혼다(Honda)기술연구소 등이 모두 참여한 올재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까지 전고체전지 개발 프로젝트에 100억엔(약 117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올재팬팀은 유화물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유화물이 공기를 만나면 가스가 발생한다는 점이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쇼와덴코, 음극재 공급 확대한다!
쇼와덴코(Showa Denko)는 히타치케미칼(Hitachi Chemical)을 자회사화한 후 배터리 소재 사업 전략을 음극재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히타치케미칼은 일반용 LiB 음극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약 60%로 1위 자리를 확보하고 있으나 자동차용 대형 LiB 시장에서는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점유율을 크게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19년 4-12월 친환경 자동차 판매대수가 감소하며 음극재 매출이 줄어들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쇼와덴코는 히타치케미칼과 합병한 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 아래 시장이 큰 유럽공장 건설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쇼와덴코와 히타치케미칼은 합병 전에도 경영전략에 공통점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생산제품을 늘림으로써 영엽이익률을 1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배터리 소재는 중국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도기업들이 많고 환경규제가 엄격한 유럽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히타치케미칼은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만으로는 음극재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유럽공장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히타치케미칼이 생산하는 음극재를 사용하는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도 최근 유럽공장을 잇따라 건설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쇼와덴코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음극재를 현지에서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를 마친 흑연전극 메이저 독일 GSL Carbon을 보유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페인 공장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GL은 VGCF 원료 조달처로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쇼와덴코는 히타치케미칼 100% 인수를 발표한 후 2020년 2월에는 음극재 브랜드 SCMG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나가노(Nagano) 공장 뿐만 아니라 중국 위탁생산 공장도 2020년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히타치케미칼과의 사업 중복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히타치케미칼이 SGL 유럽공장에서 음극재를 양산하고, 음극재에 최적화된 도전조제를 쇼와덴코가 생산해 세트로 공급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화학, 상반기 사용량 10.5GWh로 점유율 1위 “수성”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LG화학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사용량은 2020년 상반기 42.6GWh로 23.0%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으로 판단된다. 
LG화학은 상반기 사용량이 10.5GWh로 82.8% 급증했고 시장점유율이 24.6%로 14.2%포인트 확대되며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3, 르노(Renalt)의 조에, 아우디(Audi)의 E-트론 판매 호조가 사용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사용량이 2..6GWh로 34.9% 증가하고 시장점유율은 6.0%로 2.6%포인트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순위도 5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삼성SDI는 E-트론, BMW 330e, 폭스바겐 e-골프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용량이 1.7GWh로 66.0% 증가하며 시장점유율이 3.9%로 0.6%포인트 높아졌고 순위는 6위로 3계단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자동차 포터2 일렉트릭, 기아자동차 봉고 1T EV와 쏘울 부스터 판매 확대로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시장점유율은 총 16.4%에서 34.5%로 2배 이상 크게 높아진 반면, 중국과 일본기업은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역성장했다.
중국 CATL은 사용량이 10.0GWh로 28.1% 급감하며 점유율이 23.5%로 축소됐고, 3위 파나소닉도 8.7GWh로 31.5% 감소했으며 점유율이 20.4%로 2.6%포인트 하락했다.
배터리 부재 분야는 중국기업 기피 여전…
CATL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기업 공급을 꺼리는 배터리 부재 생산기업이 상당수로 파악되고 있다.
CATL이 부재 수급을 의뢰했으나 중국산과 동일한 가격으로 맞추면서 품질을 안정적으로는 공급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거절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배터리 부재 생산기업 가운데 1곳은 CATL을 신뢰할 수 없다며 거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CATL이 세계 각국 자동차기업과 협업할 정도로 기술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를 통해 급성장했을 뿐 보조금 제도 폐지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협업에 나서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대담한 보조금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번에 전기자동차 대국으로 올라섰으나 최근 보조금 폐지를 위해 지원을 축소하고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자동차 공장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다.
배터리 부재 관계자들은 중국이 보조금 제도를 폐지한 이후에는 기술력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한국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CATL과 자동차기업의 합작기업에게는 공급할 수 있지만 CATL과 직접 거래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비야디, 마스크 생산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
비야디는 전기버스 분야에서 JXTG홀딩스와, 상용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Hino Motors와 협업하는 등 일본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CATL처럼 자동차 메이저와 잇따라 협업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으나 일본 지방자치단체에게 재해 시 비상용 전원용 축전지를 판매하는 등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비야디는 전기자동차도 판매하고 있어 정부 보조금 폐지와 코로나19 영향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야디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으며 5월 생산능력을 20억장으로 확대하며 세계 최대의 마스크 생산기업으로 부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야디는 쑤저우(Suzhou)에 소재한 IT기기 공장 일부를 마스크 생산으로 전환해 하루 100만장 단위로 마스크를 양산하고 있다.
5월에는 일반 덴탈 마스크와 의료용 고기능 마스크인 N95를 포함해 20억장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산설비의 90%를 자체 개발해 단기간 생산능력 확대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소프트뱅크(Softbank) 그룹의 손정희 회장이 매달 3억장의 마스크를 조달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비야디는 마스크를 부직포로 차단필터를 감싸는 3중 구조로 제조하고 있고 차단필터 가격이 33배 폭등해 코스트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