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일제히 폭등하는 양상이다.
2월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은 FOB Korea 톤당 860달러로 110달러, 프로필렌은 945달러로 75달러, 부타디엔도 1050달러로 120달러 폭등했다.
반면, BTX는 벤젠이 930달러로 65달러, 톨루엔은 880달러로 35달러, 용제 그레이드 자일렌은 890달러로 15달러 하락했다. 유도제품인 SM도 1115달러로 45달러, P-X는 2020달러로 35달러 떨어졌다.
미국 영향이 작은 올레핀은 폭등한 반면, 미국과의 수출입이 활발한 아로마틱은 일제히 하락했다. 아로마틱은 초강세를 계속해 폭등시킬 필요성이 없지만, 올레핀은 반대이다.
폴리머 현물가격 변동을 보면 짐작이 간다.
LDPE, LLDPE, HDPE, PP는 2022년 말부터 10달러 수준으로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2월 초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PVC는 연초 폭등한 후 잠잠한 편이나, PS와 ABS도 1월 중순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이동을 자유화하면서 예상한 사태이나 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 수요 회복을 노리고 인상 전략을 시작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폴리머 가격을 서서히 올린 후 원료가격을 폭등시키는 전략을 시작한 것이다. 원료가격을 먼저 올린 후 폴리머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중국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폴리머 가격을 먼저 인상하는 작전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포착할 수 없다.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했다고 하나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산업 생산을 정상화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누그러지고 있으나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기업들이 폭등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 악화가 지나쳐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롯데케미칼은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22조2760억원으로 2021년에 비해 22.9%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58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말레이 자회사 롯데티탄은 물론 기초원료로 나프타 대신 에탄을 사용해 원료 코스트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자회사 LC USA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료 코스트 상승,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대표적으로 기초유분, 범용 폴리머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불황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적자가 예상을 추월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고 기초유분과 폴리머 가격을 올려야 하는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롯데케미칼에 그치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처지여서 기초유분, 폴리머 가격 인상에 안달이 난 상태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폭등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초유분은 저장능력에 한계가 있어 폴리머 수요가 뒷받침돼주지 않는 한 폭등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 가동률을 낮춰 공급을 줄여야 하나 80% 이하로 낮추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폴리머 자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려 수입를 줄이고 있는 판국에 과연 3월부터 폴리머 수입을 확대해 석유화학 폭등전략을 뒷받침해줄 것인지 궁금하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운이 좋기로 유명하나 타이밍은 좋지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