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프로락탐(CPL: Caprolactam)은 공급과잉 심화가 우려된다.
카프로락탐은 중국이 2022년 9월 말 신규 30만톤 플랜트를 가동하면서 전체 생산능력을 574만톤으로 확대했고 글로벌 생산능력 944만톤 가운데 60% 가량을 중국이 가동하고 있다.
중국은 노후화 설비가 많은 편이나 스크랩 작업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수급환경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카프로락탐은 의류·직물을 비롯해 타이어코드, 어망, 카펫, 로프의 원료로 사용되는 나일론(Nylon) 섬유와 자동차부품, 기계부품에 활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래스틱 PA(Polyamide)의 원료로 투입되고 있다.
중국, 신규 30만톤 가동으로 공급과잉 확대
카프로락탐은 아시아, 유럽 모두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함에 따라 글로벌 메이저 우베(Ube)는 2022년 10월 계약가격을 톤당 1750달러로 3개월 연속 인하했고, 벤젠(Benzene) 아시아 계약가격(ACP)과의 스프레드가 820달러로 좁혀지며 6개월 연속 1000달러 이하에 머물렀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유럽의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카프로락탐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베는 타이 사업장 정기보수를 앞당겼고 정기보수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11월 초까지 가동을 조정했으며 일본 우베케미칼(Ube Chemical) 공장은 9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유지보수하며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낮추었다. 유럽 플랜트 역시 여름철 이후 가동률을 7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 악화 장기화로 가동을 미룰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신증설 프로젝트 가운데 Risun의 No.2 30만톤이 9월 말 가동을 개시함에 따라 수급 완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Risun은 No.1 15만톤을 가동하고 있고 No.2 30만톤을 신규 가동했을 뿐만 아니라 산둥성(Shandong) 소재 Fangming을 인수함에 따라 전체 생산능력을 75만톤으로 확대해 글로벌 2위로 부상했다.
글로벌 1위 Highsun 역시 중국기업으로 최근 인수를 완료한 네덜란드 플랜트를 포함하면 생산능력이 127만5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과거 1위 바스프(BASF)는 현재 3위에 머무르고 있다.
Risun이 No.2 30만톤을 가동한 직후 공급과잉을 우려한 기존기업들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중국 평균 가동률이 기존 70%에서 한때 65%로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70%를 회복함으로써 공급과잉 타격이 우려되고 있으며 타이완, 한국이 잇달아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카프로락탐 생산기업들은 난방비 폭등으로 실내에서 섬유제품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유럽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나일론 의류 수요가 증가하는 것 외에 별다른 효과가 없고 다른 수요 증가 요인도 없어 수급 완화 및 하락세 장기화가 예상된다.
러시아산 원유‧석탄 조달 바탕으로 저가공세
카프로락탐은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며 원료 벤젠과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유틸리티 코스트가 상승하며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카프로락탐을 저가에 공급하고 있고 저가 카프로락탐으로 생산한 나일론 칩 수출을 대폭 확대하는 등 다른 국가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기로 공급처를 잃은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을 대거 수입하는 등 다른 국가보다 저가의 기초원료를 활용함으로써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베는 2022년 9월 아시아 계약가격이 톤당 1770달러로 벤젠 ACP와의 스프레드가 825달러를 나타냈으나 유틸리티 코스트 부담을 고려하면 사상 최저치였던 2020년 8월 590달러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중국 메이저인 사이노펙(Sinopec) 공시가격은 9월8일 1515달러로 관세를 고려하면 1680달러 정도를 형성해 우베 계약가격보다 100달러 정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현물가격은 9월 초 1700달러에서 9월 말 1500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중국의 카프로락탐 생산기업들도 모두 수익 호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봄철 장기간 이어진 봉쇄령으로 내수가 급감했으나 생산기업 대부분이 대규모 설비를 가동하며 특별히 가동중단이나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급 완화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겨울철 의류용 수요가 증가하면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방역 정책이 계속되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구입하는 소비심리가 확산됨으로써 대규모 생산능력을 모두 흡수할 만큼의 수요 회복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카프로락탐 수출 확대에 나일론까지…
중국은 카프로락탐을 용융타입 몰튼 중심으로 출하하기 때문에 수출이 제한적이지만 최근 Risun과 Luxi가 처리능력 10만톤의 플레이커를 도입함으로써 타이완 나일론 생산기업들에게 고형화한 다음 출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22년 1-7월 카프로락탐 수출은 1만200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만톤 급증했고 나일론 역시 21만6000톤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나일론 칩은 인디아 수출이 1-7월 6만900톤으로 2021년 1-12월 수출량을 상회했고 한국 역시 3만5000톤으로 2021년 1-12월의 76%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들도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출 확대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산 카프로락탐 무역량 증가 추세 자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비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에 거리를 두고 있는 브라질은 요소, 황산암모늄 생산국으로 러시아산 요소를 저가에 조달함으로써 질소계 비료 상승을 억제하고 있고 중국산 황산암모늄도 대량 수입하고 있어 동남아 황산암모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산암모늄을 부생하는 카프로락탐 생산기업 역시 일정수준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카프로, 10월 27만톤 가동률 30%에 불과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기업 카프로는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다.
카프로락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벤젠, 암모니아(Ammonia) 강세로 장기적으로도 수익성 개선 여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카프로락탐 사업 철수와 감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22년 10월 카프로락탐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우베는 2024년 카프로락탐 생산라인 일부를 폐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카프로가 생산능력 27만1000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영업적자 누적으로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카프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3공장 가동률은 80.4%, 2공장은 14.3%에 불과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2년 10월 카프로락탐 생산량은 6832톤으로 1월에 비해 5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산량 기준 가동률은 30%로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10월 국내수요는 약 1만톤으로 23.3% 감소에 그쳤다. 수입량이 134.9% 폭증하면서 내수 공백을 채운 것으로 파악된다.
카프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카프로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2020년 83.5%에서 2021년 88.9%로 상승했으나 2022년 3분기에는 85.6%로 하락했다.
2022년 1-10월 카프로락탐 수입량이 1만7169톤으로 전년동기대비 0.7% 증가했기 때문이다. 벨기에산은 4473톤으로 66.1% 급감했으나 중국산이 9397톤으로 460.7%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내수경기 및 다운스트림 수요 침체로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나일론6 칩 평균 가동률이 65% 이하로 떨어져 카프로락탐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카프로락탐 가격도 11월 톤당 1만1500위안으로 2022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월 말 Baling Hengyi는 카프로락탐을 50% 감산했으며 중국 평균 가동률도 75% 이하로 알려졌다.
효성, 경쟁력 강화 대책 소홀에 “투자목적 변경”
카프로는 수출경쟁력까지 크게 떨어져 회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카프로락탐은 2021년 인디아 수출량이 3만6752톤에 달했으나 2022년 1-10월에는 7840톤으로 75.4% 격감했다.
중국이 인접한 한국과 인디아에 수출함으로써 한국산이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카프로가 감산한 여파로 내수에만 집중하면서 8월부터 수출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카프로는 2021년 매출이 5824억원으로 전년대비 129% 폭증하고 영업이익도 3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22년 1분기부터 다시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22년 1-3분기에는 매출이 3744억원으로 10.5% 감소에 그쳤으나 영업적자는 900억원에 달했다.
카프로의 최대 주주 효성티앤씨(지분 12.75%)는 11월25일 카프로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기업지분 보유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3단계로 구분하며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제한적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으나 단순투자로 변경함으로써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효성 관계자는 “보유목적 변경은 경쟁력 강화에 소홀한 카프로에 경영개선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프로는 효성티앤씨의 주식 보유목적 변경에 대한 입장, 카프로락탐 사업 대책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카프로는 영업적자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으로 요소수, 고순도 황산 등 사업다각화를 노리고 있으나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은 2020년 0.31%에서 2021년 0.12%, 2022년 0.11%로 줄고 유형자산 취득을 위한 현금흐름 역시 전년동기대비 49.5% 줄었다.
카프로 관계자는 “카프로락탐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아이템을 검토하고 있으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