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한국, 초고령화 사회 진입 … 유럽은 에너지 코스트 급등
화학기업들은 고령화와 에너지 폭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일본 화학기업들이 고령화 대응을 본격화함에 따라 일본과 마찬가지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국내 화학기업들 역시 참고가 요구되고 있다.
일본은 197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1%를 기록하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1995년 노인 비율이 14%를 넘겨 고령사회, 2006년 20.2%를 넘기면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대부분 화학기업은 60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으나 고령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어 일할 의욕이 있는 시니어 직원을 적극 채용하거나 정년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60세 정년 제도를 운영했으나 2023년 4월부터 65세 정년으로 변경했으며 희망자와 개별적으로 재고용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임원은 기존과 동일하게 60세 정년을 유지하나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매칭, 처우 개선을 통해 초고령사회 대응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전체 직원 중 60세 이상 직원 비중이 현재 3%에서 10년 안에 1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계적 도입을 통해 이르면 2024년 4월 정년을 65세로 올리기로 했다.
현재 60세 이후로도 계속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가벼운 작업이나 정형적인 업무를 부여하는 편이나 후계자 양성, 기술 및 기능 계승을 포함해 60-65세 사이에도 전문적인 직무와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연봉 역시 정년 이후 재직자에게 40-50%만 지급하고 있으나 90-95%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밖에 정년을 연장한 화학기업들이 다수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아고세이(Toa Gosei)는 2013년 4월,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은 2019년 4월,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과 쿠레하(Kureha)는 2022년 4월 65세 정년 제도를 도입했다.
신에츠케미칼은 60세 이후로도 기존 직무 내용과 직급을 유지하고 인사 평가 후 급여 인상, 승진 조치하는 등 60세 미만 직원들과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5년 동안은 재고용 제도를 병용하는 이행기간이었으며 2024년 4월 100% 도입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중장기적으로 정년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는 정년 연장 뿐만 아니라 재직자의 장기간 근속을 지원하기 위해 업무능력 및 의욕을 고양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라인 학습 플랫폼 CLAP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중간층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20-30시간 다른 부서의 업무에 도전할 수 있는 사내겸업을 시험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 역시 2017년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기며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2년 9월 기준 17.8%에 달해 2024-2025년에는 초고령사회 도달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 및 시니어 직원들의 근무 의욕 자극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미국 화학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원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 2022년 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화학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과 생활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를 직접 공급받는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파이프라인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2022년 가스 소비량을 줄여야 했으며 카타르와 장기계약을 체결해 LNG(액화천연가스)를 긴급 조달하고 LNG 부유식 저장‧재가스화 유닛(FSRU) 도입, 석탄화력발전 재가동 등으로 에너지 다양화에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바스프(BASF)는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2022년 매출이 873억유로(약 120조원)로 전년대비 11.1% 증가한 반면, 특별항목 공제 전 EBIT(금리‧세금 차감 전 이익)는 69억유로로 11.5% 감소했다.
1년 동안 총 32억유로에 달하는 추가 에너지 코스트가 발생했고 전세계 사업장의 화학제품 생산 증가율이 2.2%를 기록한 것과 달리 유럽연합(EU) 사업장은 수요 감소와 에너지 폭등으로 마이너스 5.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다우(Dow)의 매출이 569억달러로 0.3% 증가했으나 영업 EBIT는 66억달러로 30.0% 급감했다. 에너지 코스트 상승과 수요 부진, 서플라이체인 혼란에 따른 재고 조정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미국의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작용한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여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80% 수준 폭락한 상태이다.
각국 정부가 가스 수급 조정과 상한가격 설정에 나서며 하락세가 이어졌고 겨울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 것, 중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LNG 수입을 줄인 것 역시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유럽 가스 가격은 2023년 초 기준으로 2022년 이전과 비교해 MW당 약 50유로(약 2배 수준) 오른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우는 2023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유럽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는 한편, 중국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10억달러의 코스트 감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바스프 역시 비생산부문을 중심으로 합리화해 2024년 말까지 약 5억유로의 코스트를 감축할 예정이다.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독일 에보닉(Evonik)마저 고용 대응책을 세우고 출장‧전시회 제한, 외부 컨설팅 의뢰 자제를 통해 2억5000만유로의 코스트 감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