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산업 부활을 적극화하고 있다.
타이완의 반도체 메이저 TSMC를 유치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반도체 생산을 본격화하고, 일본 화학기업들은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TSMC의 일본공장 인근에 앞다투어 소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TSMC 유치를 기화로 한국, 타이완에 빼앗긴 반도체 맹주 자리를 되찾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화학 메이저인 신에츠케미칼은 56년만에 일본에 반도체 소재 공장을 신규 건설하고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군마현 15만평방미터 부지에 830억엔(약 74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하며 2026년 완공이 목표이다.
신에츠케미칼이 일본에 반도체 소재 공장을 신규 건설하는 것은 1970년 이바라키현 가시마 공장 이후 처음이며 니가타현, 타이완에 이어 군마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한국, 타이완, 미국 수출을 확대하고 R&D도 강화할 방침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공정에 투입되며 신에츠케미칼이 세계시장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신에츠를 중심으로 한 일본 화학기업들은 2022년 기준 글로벌 시장의 73%를 장악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핵심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기업들은 미세화 분야를 주도하면서 4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기업의 EUV 노광장비 수입이 불가능해 중국의 EUV 포토레지스트 수요 창출이 미미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중국기업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ArF 포토레지스트는 기술 유출 위험을 이유로 수출을 주저하면 거대 시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첨단기술을 보호하는 동시에 중저급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함부로 수출을 통제하면 중국의 포토레지스트 메이저가 독자적으로 혁신제품을 생산하고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일본기업의 점유율을 빼앗아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기업의 협력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반도체 R&D, 소재 개발에는 최신 설비·장비가 필요해 막대한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일본기업 단독으로는 투자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경쟁기업들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EUV 노광기는 너무 비싸 타이완·한국·미국·유럽에 최첨단 포토레지스트를 공수한 후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선두 반도체 제조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해 일본에서의 협력환경 구축을 지원하고, EUV 노광기를 도입할 예정인 Rapidus, 마이크론과 긴밀히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반도체 기술 융합, 인재·기술 등 자원 확충이 경쟁 우위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규모화를 통한 교섭력·R&D 강화를 적극화하고 있다.
넷째, 소재 원료의 공급망 다각화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의 원재료를 조달할 때 경제 합리성 관점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정책적 고려,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사업화 지원으로 공급망 다각화를 촉진할 방침이다.
포토레지스트를 예로 든 것이지만 일본이 반도체 부흥을 외치면서 어떠한 전략을 취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을 외면하지 않고, 일본 자체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대외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며, 규모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고, 원료 공급을 다각화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를 생산․개발하고 있는 국내 화학기업들도 일본의 전략을 참고해 만반의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24년 05월 13·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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