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기업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이 수년간 추진한 신증설 투자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 시달리면서 수익 악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이 2023년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많은 증권사들이 2024년 상반기까지도 양사가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년 전후로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을 대폭 감축하며 석유화학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던 일본 역시 2023년에는 대부분 메이저가 수익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저수익‧저성장 사업 중심 매각 “속도”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반도체‧자동차‧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혁신했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고부가화 전략을 계속하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저수익 사업은 적극 정리함으로써 수익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23년 최종적자가 950억엔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기존 성장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선언했다.
2023년 말 차기 중기경영계획 확정을 위해 구조개혁 횡단기능팀을 설치했으며 2024년 기존 사업부문 간 틀을 뛰어넘어 강점을 갖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신규 전략을 공개할 방침이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석유화학‧탄소 사업 매각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 의약품과 산업용 가스, MMA(Methyl Methacrylate) 등 주요 사업 일부까지 포함해 포트폴리오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 수익원으로 설정한 고기능 소재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이나 전략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을 매각할 예정이다.
5개년 중기경영계획 과제로 설정한 △코스트 구조 개혁 △석유화학‧탄소 분리 독립 △슬림화‧디지털화‧임파워먼트 △전략적 자본 할당 등의 진척률이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남은 2년 동안 실시할 보다 효과적인 혁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은 포트폴리오 혁신 박차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2023-2024년 석유화학 관련 사업을 혁신하고 2025년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AN(Acrylonitrile) 등 석유화학 사업은 최근 수익 악화가 심각해 합작투자로 전환하거나 사업 축소·철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헬스케어, 반도체 소재, 디지털 솔루션, 분리막, 수소 관련 분야는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UBE)는 2023년 카프로락탐(Caprolactam), 나일론(Nylon) 폴리머 판매량이 감소하고 스프레드 축소까지 겹치면서 수지‧화성제품 분야에서 20억엔의 적자를 냈으나 기능제품, 기계 사업 등은 수익이 개선돼 나일론 체인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카프로락탐은 일본 생산기능을 타이로 이전하고 공중합 그레이드도 타이에 100% 이관해 일본에서는 컴파운드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이진(Teijin)은 이미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최종적자 180억엔을 기록하고 2023년 내내 수익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2023년 12월까지 300억엔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도 복합 성형소재, 아라미드 섬유, 헬스케어 등을 중심으로 사업 매각을 포함해 구조개혁을 추진하며 수익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복합 성형소재는 이미 중국공장 매각을 결정한데 이어 일본 자회사 사업 역시 양도하며, 아라미드 섬유는 공장 화재로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이나 2024년 완전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레이(Toray)는 전체 사업을 성장성 및 수익성을 기준으로 4개로 분류하고 저성장‧저수익 사업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범용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을 생산하는 말레이지아 자회사, 미국 Toray Plastics (America), Toray Films Europe, 라지토우(Large Tow) 탄소섬유 생산기업 졸텍(Zoltek),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생산기업 말레이지아 Toray Plastics (Malaysia) 등과 PP(Polypropylene) 스펀본드 부직포, 폴리에스터(Polyester) 단섬유가 주요 개혁 대상으로 주목된다.
도레이는 주요제품을 중심으로 품질을 강화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부가 전략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NCC, 동서연합 구성해 재편
일본은 2022년 8월 이후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률이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특히 2023년 6-8월에는 70%대 후반에 그쳤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는 20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에틸렌 저가동 상황을 내수 침체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석유화학 메이저들이 재편을 가속화할수록 회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석유화학 메이저들은 동서로 나뉘어 NCC 통폐합을 구상하고 있으며 바이오 에탄올(Ethanol) 베이스 올레핀 생산 등 기존 스팀 크래커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 세토(Seto) 내해 연안에서는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과 아사히카세이가 연합을 형성하고 있다.
오사카(Osaka)의 사카이(Sakai)와 센보쿠(Senboku)에서 NCC를 가동하고 있는 미쓰이케미칼이 아사히카세이에게 탱크 등 인프라를 공동 이용하자고 제안한 이래 연합 형성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슈난(Shunan)과 오이타(Oita)까지 포함해 연료, 용역, 각종 화학제품을 융통할 방침이다.
미츠비시케미칼, 레조낙(Resonac)이 동참 의사를 밝혔으며 앞으로 2025년까지 가동을 중단할 스팀 크래커를 선정하기 위한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동부 게이요(Keiyo)에서는 미쓰이케미칼, 스미토모케미칼, 마루젠석유화학(Maruzen Petrochemical) 3사가 석유화학 사업 최적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사는 폴리올레핀(Polyolefin)을 중심으로 유도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업 통합을 진행하고 NCC 통폐합을 목표로 바이오 에탄올을 출발 원료로 제조하는 올레핀 등 차세대 대체기술 확립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프랑스 Axens 기술을 도입해 에탄올 탈수를 거쳐 에틸렌으로 유도하는 기술과 바이오 에탄올 베이스 프로필렌(Propylene) 생산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2030년경 10만-20만톤급 올레핀 생산설비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츠비시케미칼은 가시마(Kashima)에서 바이오 에탄올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한 실증 플랜트를 2025년까지 건설하며, 아사히카세이는 이르면 2027년경 바이오 에탄올을 원료로 기초화학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술을 확립해 생산능력 4만-5만톤을 상업화할 예정이다. 라이선스 사업화한다면 다른 석유화학기업들의 크래커 대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 신체제 아래 재편 가속화
미츠비시케미칼은 2024년 4월부로 지쿠모토 마나부 사장 체제로 전환하며 일본 석유화학 재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미츠비시케미칼은 프랑스 화학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맡았던 벨기에 출신 존 길슨 사장 아래 석유화학 사업 매각을 추진했다.
최근 매각 대신 합작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초기부터 석유화학 사업 정리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심했고 결국 일본 석유화학산업에 정통한 지쿠모토 마나부 사장을 통해 다른 석유화학 메이저들과 연계하며 전체 산업계 재편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존 길슨 사장 취임 후 석유화학 사업에서 우수인재 유출이 잦아 외국인 사장에 대한 반발이 심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쿠모토 마나부 사장은 1988년 미츠비시카세이(Mitsubishi Kasei) 시절 입사해 2027년 미츠비시케미칼 석유화학부문 기초화학제품 본부장, 2018년 4월 경영전략부문 소재전략실장을 맡았으며 50년 후 미래를 기준으로 우선 30년 후 미래상을 구상한 KV30 비전을 정하는 등 존 길슨 사장 취임 전까지 중기경영계획 설정에 큰 영향을 미쳐왔던 미츠비시케미칼 석유화학 사업의 핵심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4월 취임 후 석유화학을 포함해 포트폴리오 개혁 방침을 공개할 예정이며 석유화학 사업 뿐만 아니라 2023년 매각을 준비했던 탄소 사업도 최근 시황 하락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에 매각을 서두르는 대신 철강기업과의 연계 아래 재건부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