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발유, 수요 증가에 역대 최대 수출 … 포드, 전기자동차 생산 취소
정유산업은 전기자동차(EV)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의 중단기적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석유 시장은 전기자동차 캐즘의 영향으로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4년 1-4월 휘발유 생산량은 6232만배럴로 전년동기대비 17.7%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내수 공급량 역시 역대 최대인 2980만배럴로 9.5% 증가했으며, 수출량도 4036만배럴로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등록된 휘발유 자동차(휘발유·하이브리드 포함)는 116만9928대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정유기업들의 휘발유 생산량, 수출량, 내수 공급량이 일제히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시장에서 휘발유 자동차는 5월 기준 총 등록대수가 2022년 1287만6000대, 2023년 1346만대, 2024년 1404만6000대로 연평균 4.4% 증가해 경유 및 LPG(액화석유가스) 자동차의 감소세와 대조를 이루었다.
경유 자동차는 938만3000대로 전년동월대비 3.2% 감소했고, LPG 자동차는 184만6000대로 1.5% 줄었다.
국내 전기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2022년 16만4324대에서 2023년 16만2507대로 소폭 감소한 반면, 휘발유 자동차는 하이브리드(HV) 미포함 80만2410대에서 82만4570대로 3.0% 증가해 전기자동차 수요 일부가 휘발유 자동차로 이전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는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으로 수요가 감소했으며 내연기관 자동차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갔다”며 “배출가스 문제로 경유 자동차를 제외한 휘발유·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났으며 관련 산업계가 전기자동차 인기를 견인할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휘발유 자동차 선호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의회매체 더힐(The Hill)은 글로벌 전기자동차 출하량이 2024년 1840만대에서 2025년 2060만대로 증가하고 전기자동차 제조 비용은 2027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자동차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전자장치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중앙 집중형 자동차 구조와 기가캐스팅(Gigacasting) 공법으로 제조 비용 및 조립 시간이 줄어들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2050년에도 전체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7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신규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법안을 제출했으며 2023년 2월 의회와 3월28일 이사회를 통과해 최종 확정됐다. 다만, 독일의 강력한 이의 제기로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자동차에 대한 예외가 인정됐다.
독일 정부는 세계적인 전동화 전환 속에서도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지배력을 굳히기 위해 2023년 EU에 합성연료 사용 허가를 강력히 요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독일의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예외를 허용했으며 2035년 이후에는 합성연료를 사용해야 내연기관 신규 자동차를 등록할 수 있다.
합성연료는 내연기관에서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합성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포집한 탄소와 배출 탄소량이 같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받는다.
유럽은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와 함께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기존 완성차기업은 합성연료를 활용하면 전기자동차 전환에 필요한 투자비를 축소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전기자동차 수요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포드(Ford), GM(제네럴모터스)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은 전기자동차 판매가 둔화함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월18일(현지시간) 전기자동차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며 경쟁하던 완성차기업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투자를 2배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오크빌(Oakville)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 공장을 개조해 전기자동차 SUV를 생산하려 했으나, 기존 계획을 변경해 휘발유를 사용하는 대형 픽업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GM은 7월17일 전기자동차 생산량을 2024년 20만-25만대 수준으로 약 5만대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며, 테슬라는 멕시코 공장 건설을 연기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