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반도체 자국주의를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4월18일(현지시간) 총 430억유로(약 62조원)를 투입해 EU의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했다.
EU 반도체법의 핵심은 2030년까지 EU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EU는 현재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해 미국, 중국을 잇는 3대 소비국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반도체 공급망에서 점유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가 많아 생산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Infineon Technologies),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등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기업들은 타이완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와 UMC 등에 주로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대신 반도체 장비는 유럽기업의 경쟁력이 독보적이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생산기업은 EU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은 것으로 판단되나 EU가 반도체를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역내 생산역량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적극 나서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유럽은 경쟁력 있는 분야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여서 한국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려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했고 앞으로 경쟁 구도가 변하고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유럽에 반도체 생산기업이 적은 만큼 반도체법이 TSMC, 삼성전자 등의 유럽 진출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Intel)은 영국 팹리스 ARM과 파운드리 분야 동맹을 선언했다.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고 주요 경영진과 만난 것도 반도체 공급망 강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어서 유럽 투자가 쉽지 않고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동안 유럽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으로부터 우선순위로 공급받았으나 유럽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