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자동차(EV) 폐차량은 2030년 411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로 10년만에 10배 이상 확대되고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3조원에서 2040년 200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리사이클은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다른 어플리케이션에 사용하는 재사용과 배터리를 분해한 후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원료를 습식 및 건식제련 과정을 거쳐 추출해 새 배터리에 탑재하는 재활용으로 나누어진다.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양극재에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을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를 마련했으며, 별도의 배터리법을 통해 이르면 2031년부터 리튬, 코발트 등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의 재활용 의무화를 확대할 방침이다.
유럽 배터리산업 및 관련단체는 폐배터리를 분쇄한 블랙매스 수요 급증 전망에 따라 EU 역외로의 블랙매스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이어 중견‧중소기업도 진출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두산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영풍제지, LB세미콘, 케이피에스 등 비 배터리 중견·중소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관계자는 “핵심광물의 희소성,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해 리사이클링 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생각처럼 쉽게 수익이 창출되는 사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90% 이상의 높은 핵심광물 회수율 및 저렴한 처리 비용 확보가 관건이며 에코프로의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에코프로씨엔지, 성일하이텍 등이 2023년 회수율 90%를 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화유코발트(Huayou Cobalt)와 함께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공급한 후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추출한 광물을 다시 구매할 예정이다.
성일하이텍은 삼성SDI 천안·울산공장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확보해 재가공한 후 다시 삼성SDI에게 공급하며, 포스코와 에코프로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서 밸류체인 구축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정 단축과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일하이텍, 회수율 90% 달성
성일하이텍은 국내 배터리 재활용 관련기업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2024년 완공을 목표로 2000만달러(약 256억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를 파·분쇄하는 전처리 공정과 각종 소재를 추출하는 습식제련 후처리 작업을 통해 코발트·니켈·리튬·망간·구리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이다.
김형덕 성일하이텍 이사는 “최근 기존 선형경제가 순환경제로 전환됨에 따라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이 정책적으로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스크랩 중심에서 폐배터리 리사이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 위주의 재활용이 주로 이루어져 2022년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급물량의 약 90%를 스크랩이 차지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전기자동차 폐차로부터 나오는 폐배터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2040년에는 약 60%를 폐배터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모델별로 구조가 달라 재활용 공정 과정의 자동화가 스크랩 재활용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돼 공정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 확보가 수익성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상용화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들은 스크랩 재활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앞으로 관련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6월 배터리산업을 포함한 순환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CE9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반 건설을 위해 전주기 이력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대규모 실증 상용화 지원센터를 확충할 예정이다.
정부는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광물 33종을 선정해 2030년까지 중국산 수입 의존도를 50%로 낮추고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등 폐기물의 핵심광물 재자원화 비율을 20%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으며, 환경부는 최근 폐배터리를 분해한 뒤 재조립해 ESS 등으로 재생산하거나 재사용하면 재활용 설비가 없더라도 재활용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JX금속, 황산염 회수능력 향상 본격화
일본에서는 JX금속(JX Nippon Mining & Metals)은 LiB(리튬이온전지) 순환형 재활용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JX금속은 이미 전처리와 습식 프로세스를 조합한 독자 재활용 체계를 확립했으며 벤치 스케일로 2027년까지 유럽의 재활용 원료 회수율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후쿠이(Fukui) 소재 JX Metals Circular Solutions에서 회수율 및 품질을 유지·향상시킨 스케일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배터리 모듈을 기점으로 자동차용 LiB 재활용 기술을 검증하고 개별 공정을 강화해 재생원료인 황산염의 안정적인 직접 회수능력 향상에 나설 계획이다.
JX금속은 일본 사업장 2곳과 독일 사업장 1곳에서 LiB 재활용 프로세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이바라키(Ibaraki) 기술개발센터에서는 사용한 LiB 무해화와 배터리 블랙매스를 회수하는 전처리 및 블랙매스로부터 니켈, 코발트, 리튬을 용매추출하는 습식 프로세스를 조합한 재활용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독일 소재 JX Metals Circular Solutions Europe은 기술개발센터와 마찬가지로 벤치 스케일 설비를 건설하고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현지 니즈에 대한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개발기지인 JX Metals Circular Solutions는 배터리 처리량 1000톤 실증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 이후 사업화를 고려해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EU 규제 대응해 2023년 생산시험용 공급
JX금속의 LiB 재활용 체계는 전처리 공정에서 분위기 제어를 통해 사용한 배터리의 내부 전해액을 소실·무해화해 파쇄 및 선별을 거쳐 고품질 블랙매스를 수거한다.
이어서 습식 공정에서는 블랙매스를 황산침출하고 용매추출로 코발트, 니켈을 추출한 다음 석출을 거쳐 황산코발트와 황산니켈로 재생한다.
전해공정을 생략해 추출액에서 고순도 금속염을 직접 수거하는 것이 특징이며 리튬은 코발트, 니켈을 추출한 다음 침출액을 탄산화해 탄산리튬으로 재생한다.
JX Metals Circular Solutions는 사용한 민간용 LiB를 활용해 2021년 황산니켈, 2022년 황산코발트, 2023년 3월부터 탄산리튬 배터리 그레이드 수거를 시작했다.
전부 실증 레벨 볼륨을 확보할 수 있어 양극재 생산기업 등에게 생산시험용을 공급할 방침이다.
EU는 사용한 배터리의 재활용 회수율 목표를 2027년까지 니켈, 코발트, 구리 90% 이상, 리튬 50% 이상으로 하고 2031년까지 니켈, 코발트, 구리 95% 이상으로 하는 규제안을 승인한 바 있다.
EU 규제가 앞으로 산업계 전체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JX Metals Circular Solutions는 벤치스케일로 유럽연합의 재활용 회수율 달성을 앞두고 있으나 형태와 원재료 비율이 상이한 차세대 배터리 및 산업 레벨 설비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 전체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JX Metals Circular Solutions는 자동차용 LiB에 대해 배터리 팩에서 해체한 모듈을 재활용의 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해체된 모듈은 다수의 셀과 함께 외장 플래스틱 및 프레임 배선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무해화와 고품질 블랙매스 수거를 가능하게 하는 고순도 처리기술이 필요하다.
JX Metals Circular Solutions는 히타치(Hitachi) 지구에 건설한 소형 전처리 시험로를 활용해 기술 개량을 추진하고 있으나 복수의 배터리 모듈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대형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습식 공정은 배터리 그레이드를 안정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성분별 분리·정제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며 차세대 배터리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산화리튬을 직접 수거하는 기술도 개발을 추진한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