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장산업은 LG의 전기자동차(EV) 생태계 수직계열화가 주목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자동차 조명 모듈 사업을 5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LG화학은 독일 베바스토(Webasto)와 SGF(Switchable Glazing Film)에 대해 수천억원대 수주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선루프용 필름 사업에 진출했다.
LG전자는 자회사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통한 국내생산에 이어 북미 공략을 위해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Fort Worth) 공장 건설을 완료했고 2024년 가동하며 전기자동차 충전기 솔루션을 본격화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및 자율주행 자동차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신규 자동차에 다수의 카메라가 장착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수요 둔화에도 글로벌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조명 모듈 5조원으로 육성한다!
LG이노텍(대표 문혁수)은 자동차 조명 모듈 사업을 조단위로 적극 육성한다.
자동차용 조명 모듈 넥슬라이드(Nexlide: Next Lighting Device)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2014년 상용화한 넥슬라이드-A부터 최근 양산에 돌입한 넥슬라이드-M까지 라인업을 총 9개로 늘리고 전장 사업 매출을 5년 안에 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사업의 자동차용 카메라를 포함한 전장 사업 매출액이 2조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넥슬라이드는 모양이 휘어지는 플렉서블(Flexible) 입체조명 모듈로 주간 주행등, 후미등, 정지등, 방향 전환등을 포함한 자동차 외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매출 증가율이 10년 동안 연평균 47% 수준을 나타냄에 따라 LG이노텍의 주력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LG이노텍은 넥슬라이드 관련기술 특허를 200건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기술을 통해 모듈 두께를 최소화하고 최고수준의 밝기를 확보해 소비전력을 낮출 뿐만 아니라 추가 탑재 부품을 20% 이상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슬라이드는 누적 수주가 2024년 4월 기준 146건으로 국내를 비롯해 북미, 유럽, 일본, 중국 등 9개 완성차 브랜드 88개 차종에 장착하고 있다.
수요기업을 중저가 전기자동차 완성차기업(OEM)으로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세대 넥슬라이드를 개발하고 다양한 문구 및 애니메이션 효과를 낼 수 있는 픽셀 라이팅(작은 입체 조명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조명 디자인) 기술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다.
LG화학, 전기 필름 사업 “진출”
LG화학(대표 신학철)은 자동차 선루프용 필름 사업에 진출했다.
LG화학은 독일 베바스토와 SGF 수주계약을 체결했으며 거래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바스토는 세계 100대 전장부품 생산기업으로 자동차 선루프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이다.
SGF는 전기신호를 통해 빛과 열의 투과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필름으로 평상시에는 불투명하지만 전압이 가해지면 내부 액정이 재배열돼 투명하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며 주로 선루프 등 자동차 유리에 사용한다.
자동차에 적용하면 운전자가 선루프를 비롯한 자동차 유리의 투명도를 구역별로 나누어 지정하는 등 실내 디자인을 차별화할 수 있으며 음영이 생기는 곳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SGF는 최근 프리미엄 자동차 및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탑재가 확대됨에 따라 수년 내 조단위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전자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액정, 점·접착제 소재 기술과 정밀 코팅, 패턴 형성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200개 이상의 SGF 관련 특허를 확보했으며 LG화학의 SGF는 경쟁제품보다 빛 간섭 현상이 적어 방향과 상관없이 깨끗한 시야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자동차 300만대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SGF 생산능력을 통해 2024년 양산성을 확보하고 2025년 하반기부터 베바스토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며, 베바스토는 SGF를 첨단 선루프 시스템으로 만들어 유럽 완성차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더 빠른 응답속도를 갖춘 차세대 SGF를 개발하는 동시에 전면·측면 유리 등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전장용 접착제, 투명 안테나 필름 등 다양한 고부가 전장소재 사업을 추가 발굴할 방침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전자소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영역인 모빌리티 소재사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EV 충전기 B2B 핵심 사업화
LG전자(대표 조주완)는 전기자동차 충전기 솔루션을 본격화한다.
LG전자는 2024년 1분기 영업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주택용 7kW 완속 충전기와 B2B(Business to Business)용 100kW, 200kW 급속 충전기 등 EV 충전 사업을 빠른 시일 안에 조단위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23년 전기자동차 충전기 사업에 진출했으며 자회사 하이비차저를 통한 국내 생산에 이어 북미 공략을 위해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 공장 건설을 완료해 2024년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신뢰도가 높은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인증을 획득해 안정성 및 제조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최근 CPO(Charging Point Operator: 충전 사업자)기업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EV 충전 사업 전담 영업조직을 통해 신규 수요기업을 확보하고 유지보수 비용 절감 방안, 충전기 가동률 제고를 위한 원격 관리 솔루션, 추가 매출 확보를 위한 광고 솔루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충전기 하드웨어 이외의 차별화된 솔루션 확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부가 사업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EV 시장은 최근 성장 폭이 다소 둔화했으나 미국의 EV 세액 공제, 유럽의 탄소배출 규제, 글로벌 충전 인프라 확대 등에 따라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EV 충전 사업은 20%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독일에 이어 영국 전장 사업 거점을 7년만에 확장 이전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3년 전장 사업에 진출한 후 첫 해외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해 2017년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사이언스파크에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했으며 2024년 5월 영국 전장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 기존 위치 근처의 사무실로 확장 이전했다.
세코닉스, 전장용 렌즈 초격차로 시장 선점
세코닉스(대표 박은경)는 전장용 카메라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향상됐다.
세코닉스는 광학부품 전문기업으로 모바일 카메라렌즈, 자동차용 카메라 렌즈 및 모듈, 차량용 램프, 광학부품, 광학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코닉스는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정,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물류비 증가, 반도체 공급 차질 등으로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돼 모바일 카메라 렌즈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전장 사업은 수요기업의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 따라 램프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향상됐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ADAS 및 자율주행 자동차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 신규 자동차에 다수의 카메라가 장착되고 있다.
자동차용 카메라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상용화가 진행된 이후 국내 도입이 시작됐으며 국내 특성상 신기술 적용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빠른 성장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은경 세코닉스 대표는 “자동차 안전기능에 대한 높은 관심과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확대에 따라 전장용 카메라 수요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며 “36년간 축적한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전장용 렌즈와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은 카메라 외 광학기술과 자동차가 결합하는 기술에 대한 개발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특히 북미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의 주도로 후방카메라 의무장착화 법안이 통과되며 신차에 카메라 장착이 의무화된 영향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세코닉스는 자동차 시장 호조에 대응해 전장용 렌즈 뿐만 아니라 눈부심이 없는 하향등과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한 상향등의 장점을 결합한 스마트 헤드램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계획이다.
연구진, 자율주행용 전장 “고도화”
국내 연구진은 자율주행 자동차용 전장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24년 5월 김대형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과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새 눈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자외선 감지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새 눈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인공 중심와를 제작, 물체 감지에 특화된 카메라를 설계하고 가시광선 뿐만 아니라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는 다중 파장 이미지 센서를 적용했다.
또 서로 다른 파장 영역을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4종을 사용해 광센서를 제작하고 쌓아 올려 색 필터 없이도 색을 구분할 수 있는 센서를 구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물체 감지 특화 카메라는 중심부뿐만 아니라 주변부 시야도 제공하며 움직임 변화율이 기존 카메라 시스템에 비해 3.6배 높아 움직임을 민첩하게 감지할 수 있고 물체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인 신뢰 점수도 2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형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색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 공정 비용과 무게를 줄일 수 있으며 무인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에서 장착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초고감도 단파장 적외선(SWIR) 센서용 화합물 반도체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적외선(IR) 센서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의 빛을 감지해 전기신호로 변환하며, 특히 파장 길이 1.4-3.0마이크로미터 대역 단파장 적외선은 연기, 안개 등도 쉽게 투과하고 물체 고유의 빛 스펙트럼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WIR 센서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시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물체에서 반사되는 적외선과 물체가 방출하는 적외선을 모두 탐지할 수 있어 군사 장비에 주로 쓰였으나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부터 반도체 공정 모니터링, 식물 성장을 관찰하는 스마트팜 카메라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적외선 센서에서 빛(광신호)을 감지하고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재로 인듐-포스파이드(InP) 기판 위에 인듐-아세닉-포스파이드(InAsP)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시킨 InAsP 소재를 새롭게 개발했으며 기존 InGaAs 소재보다 상온에서 신호 대비 잡음이 낮고 성능 저하 없이 광검출 가능한 대역도 넓은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판과 광 흡수층 사이에 격자 이완층을 도입하고 반도체 소재 성능을 떨어뜨리는 격자 불일치(화합물 반도체 박막을 증착할 때 원소들의 격자 구조가 달라 생기는 오류) 문제를 해결했다.
이상준 KRISS 책임연구원은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국가 전략물자로 수입이 쉽지 않아 독자적으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개발한 소재는 즉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투기용 레이더, 의약품 결함 검사, 폐플래스틱 재활용 공정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