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두고 범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기자동차(EV)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배터리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가운데 배터리 산업계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세액공제 직접 환급제 도입 및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액공제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직접 환급제는 투자한 금액에 대해 세액 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제도로 조세특례제한법상 반도체·배터리 설비투자는 15% 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흑자기업에게만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형태로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적자인 배터리 3사와 소재 생산기업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직접 환급제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세액공제 기준에 국내 생산·판매 뿐만 아니라 국내투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해외 현지생산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책 수혜 대상을 국내 생산·판매로 제한하면 실제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산업 특성상 국내기업들은 한국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해외를 생산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달리 무겁고 부피가 크며 화학물질이 대량 포함돼 원거리 운송이 까다롭고 통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배터리 3사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유럽, 중국, 북미 등과 비교할 때 내수 시장이 작은 편이며 사실상 현대자동차·기아만 국내에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어 국내 생산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들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안정적인 현지 생산망을 갖추어야 하고 국내에서만 생산해도 대부분 배터리 공장이 있는 해외로 수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세액공제 직접 환급 기준에 국내 투자까지 더해야 정부의 지원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배터리 3사는 2024년 2조6628억원, 2025년 1분기에 7421억원 등 최근 몇 년간 수조원에 달하는 R&D 투자를 집행했으나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과 대비된다.
여당에서도 앞서 1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직접 환급과 제3자 양도 방식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투자 중심의 직접 환급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핀셋 지원 등 선별적인 기준을 마련해 재정적인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우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