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재계는 정부의 주5일 근무제 실시방안이 노동자에게 편향되게 수립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고,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에 미흡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나 노동계 모두가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피력한 점에서만 일치하고 있다. 물론 재계는 사용자 입장이고, 노동계는 피사용자 입장이니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입법단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방안에 반발하고 나서는 것 또한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재계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노동계는 겉으로는 반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 정도 선이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정도인 것 같다. 그러나 재계나 노동계 입장을 떠나서도 정부의 주5일제 실시방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휴가일수나 추가근로 할증률, 임금보전 등 핵심쟁점을 떠나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연봉제와 국·공휴일수가 바로 그 것이다. 연봉제는 1997년 IMF 경제위기를 전후로 도입이 본격화됐으나 아직까지 근로3법에 명문 보완규정이 없어 퇴직금 지급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고, 국·공휴일수는 1970년대 및 1980년대 근로자들이 연월차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악조건을 커버하기 위해 늘려잡은 것이 연월차를 사용하지 않고 임금으로 지급받을 정도로 휴가일수가 많은 현재까지도 조정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주5일 근무제 시행에 앞서 또는 동시에 연봉제 관련규정을 신설·보완함으로써 경영자나 노동자 모두가 능력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고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완비할 필요가 있으며, 국·공휴일수도 국민 모두가 절대 필요하다고 느끼는 3.1절, 8.15 광복절, 신정(또는 구정), 한가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휴일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주중에 공휴일이 끼어있는 주에는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고용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처하는데 상당한 문제가 있고, 국·공휴일의 남발이 오히려 노동3법을 위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중소기업들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강력 반발하는 것도 국내 노동관련법이 중소기업들이 받아들여 적용하기 힘든 조항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하고 있어 현실성이 없는 판에 주5일 근무제까지 도입되면 당장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2003년 7월부터 1000명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부담이 엄청나고, 2005년 7월까지 50명 이상 사업장에, 2006년 7월까지 30명 이상 사업장에 주5일제를 도입하게 되면 『살아남는 중소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지금도 일감은 많고 일손은 부족한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초과근로가 늘 수밖에 없어 인건비가 현재보다 평균 20%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5일제 도입에 앞서 경제5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국제기준에 맞는 근로시간제 정립 △현실에 바탕을 둔 근로제도 개선 △국가경제와 산업경쟁력 유지 3가지 전제조건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일요일의 무급화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하계특별휴가, 경조사휴가 등 연간 10일에 이르는 약정휴가도 정부투자기업들이 솔선해 폐지하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국민1인당 소득수준이 1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한국이 2만-3만달러의 선진국보다 더 많이 놀면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경제5단체의 주장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DJ 정부는 주5일제 도입에 앞서 연봉제를 보완하고 국·공휴일을 재조정함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부터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2/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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