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 메이저들이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셰일가스(Shale Gas) 관련 대형 프로젝트들이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해 인디아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등 성장전략 수립의 기초조건이 급변함에 따라 핵심사업 재검토, 인수합병(M&A), 사업 분할 및 처분, 생산설비 폐쇄, 감원 등 전방위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 메이저들은 21세기형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전체 화학시장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액티비스트
사업 재편에서는 해지펀드를 운영하며 주식을 구입한 후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곳에 임원을 보내고 사업 처분, 분할 등 개혁을 추진해 주가가 상승하도록 활동하는 액티비스트 투자자의 존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사업모델이 혼재한 대형 종합화학기업을 표적으로 액티비스트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저명한 액티비스트 빌 애크먼이 운영하는 Pershing Square Capital은 2013년 글로벌 공업가스 메이저 Air Products & Chemicals의 지분 9.8%를 취득하고 이사를 투입한 후 CEO(최고경영자)로 취임시켜 경영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세이피 가세미 신임 CEO는 BOC 그룹 임원 출신으로 취임 직전까지 Albemarle을 매각한 Rockwood 회장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과산화수소 및 소다회 사업을 처분한 FMC, 수처리 사업 매각 후 잔류사업을 분할한 Ashland 등 액티비스트의 개입으로 사업 분할을 단행한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넬슨 펠츠가 이끌고 있는 Trian Fund Management는 DuPont을 분할하기 위해 위임장 쟁탈전을 벌였으며, Third Point는 Dow Chemical에게 사업분할을 요구하는 이사를 투입한 바 있다.
양사는 액티비스트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DuPont이 기능성 화학제품 사업을 Chemours로 분리하고, Dow Chemical은 염소 계열 사업을 Olin에게 매각하는 등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DuPont의 CEO가 교체됨에 따라 Dow Chemical과 농약 부문에서 통합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고 2015년 가을 합병에 합의함으로써 화학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DuPont, 위임장 쟁탈전까지 벌였지만…
DuPont은 2000년대부터 석유·의약·섬유 사업을 정리하고 종자 메이저를 인수하며 농업, 바이오과학,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009년 CEO로 취임한 엘린 컬먼 회장은 2011년 식품소재·탄소 메이저 Danisco를 인수했고, 2012년 10월에는 기능성 도료를 비전략 사업으로 분류하고 Carlyle Group(현재 Axalta)에게 매각했다.
2013년 7월에는 이산화티타늄(TiO2: Titanium Dioxide), 불소 등 기능성 화학제품 사업을 Chemours로 분리하고 2015년 7월1일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DuPont은 Chemours 분리 이후 엘린 컬먼 회장이 바라던 성장모델로 탈바꿈했으나 넬슨 펠츠는 Trian Fund를 통해 2013년 여름 DuPont의 주식을 2.5%를 매입하고 DuPont의 경영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넬슨 펠츠는 비효율적인 규모화가 DuPont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며 농업, 영양·건강, 공업바이오 등은 수익성이 높은 자립적 성장사업으로 분리하고 고기능 소재, 안전·방호, 전자·통신은 성장률은 낮지만 매출비중이 커 주주에게 유리한 자원 배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rian Fund Management는 2015년 4명의 이사를 선임시켰고 이후 위임장 쟁탈전이 시작됐다.
DuPont은 독자적으로 선출한 경영자 2명을 이사로 선임하고 Trian Fund Management의 주장에 반박하는 조사 결과를 공표했으나 기관 투자자들은 넬슨 펠츠에게 견고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이후 농업 부문이 침체되고 영업부진으로 Chemours의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Dow Chemical과의 통합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Dow, 매각 적극화로 구조개혁 추진
Dow Chemical은 2001년 Union Carbide를 합병한 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미국의 석유화학 경쟁력이 하락함에 따라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포트폴리오에 고부가가치제품을 추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중동기업과 합병하는 내용을 포함한 K-Dow 계획이 좌절되고 인수금이 188억달러에 달하는 스페셜티 메이저 Rohm & Haas의 인수까지 연기될 위기에 처했으나 결국 인수를 단행한 후 재무구조 재건을 통해 고수익으로 변모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Dow Chemical은 에틸렌(Ethylene) 및 PE(Polyethylene) 메이저로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셰일가스 개발을 가속화하고 가격경쟁력을 회복함에 따라 성장전략 추진에 주력할 수 있었다.
이후 사우디 아람코(Aramco)와 합작한 Sadara Chemical이 추진하는 200억달러 컴플렉스 투자와 미국 걸프지역 대형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투자를 추진했다.
아울러 다운스트림과의 통합을 중시하며 포트폴리오를 개혁하고 비전략 사업의 선별 및 정리를 가속화했다.
2010년 범용 석유화학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Styron을 매각했으며 2011년에는 PP(Polypropylene) 매각을 통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80억달러를 확보한 후 2012년 새로운 전략 수정과 코스트 감축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2013년 PP 라이선싱 및 촉매 사업을 W.R. Grace에게 넘기는 등 3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했으며 2014년에는 Angus Chemical 등 14억달러의 자산을 처분하고 창사 이래 꾸준히 핵심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던 염소계 화학제품 사업도 2015년 봄 Olin에게 50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Third Point가 11억달러 상당의 Dow Chemical 주식을 매입한 후 석유화학사업의 분리를 요구한 것은 2014년 8월이며, Dow Chemical의 석유화학 사업이 LyondellBasell보다 규모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25억달러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CA(Chlor-Alkali)와 사내 에너지 이전가격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Dow Chemical은 2014년 11월 Third Point가 추천한 2명과 자사 추천인 2명을 이사회에 추가함으로써 1년 동안 휴전협정을 맺었다.
신임 이사는 AIG 회장, 엔지니어링 메이저 Foster Weeler의 전 회장, IBM의 전 CFO(재무최고책임자) 등으로 2015년 CA 사업 매각 등 개혁을 주도했다.
DowDuPont, 합병 이후 3사로 분리…
DuPont과 Dow Chemical의 구조재편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15년 10월 엘린 컬먼 회장이 갑자기 사임을 표명했기 때문으로, 이후 2월 이사로 취임한 Tyco 회장 에드워드 브린이 잠정 CEO로 취임했으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에드워드 브린은 파산 직전이던 Tyco의 CEO로 경영진을 일신하고 사업 처분 및 5사 분할 등을 실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2015년 11월 초 농업 부문 재편에 참여하겠다고 표명하며 DuPont의 회장 겸 CEO로 정식 취임했다.
Dow Chemical도 2015년 10월 향후 3년 동안의 전략방향을 설명하면서 Dow Corning을 100% 자회사화하고 농업과학 사업을 정리하는 등 광범위 포트폴리오 전환을 실시하겠다고 표명했다.
당시 글로벌 시장은 Monsanto가 Syngenta 인수를 철회하자 주가가 하락하며 Syngenta의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CEO가 사임하는 등 재편 분위기가 고조됐다.
12월10일 언론이 DuPont과 Dow Chemical의 합병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고 양사는 바로 다음날 50대50으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DuPont과 Dow Chemical은 통합 회사명을 「DowDuPont」으로 변경하고 주주 및 규제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 2016년 하반기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18-24개월 이내에 농업관련, 소재과학, 특수화학 등 3개 분야를 담당하는 상장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3사는 적절한 자본구조 및 명료하고 매력적인 투자 테마, 스케일 메리트를 갖추고 탁월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혁신 투자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당분간 미시건의 Midland와 델라웨어의 Wilmington에 소재한 양사의 본사체제를 유지하고 Dow Chemical의 앤드루 리버리스 CEO가 회장직을 맡고 CEO는 DuPont의 에드워드 브린 CEO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3개의 분할기업에는 각각 고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농업과 특수화학 위원회는 DuPont의 에드워드 브린 CEO가, 소재과학 위원회는 Dow Chemical의 앤드루 리버리스 CEO가 총괄할 예정이다.
3사에 편입되는 사업 부문은 전반적으로 중복되는 내용이 적고 독점금지법에 의한 사업 처분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R&D) 투자 등 통합효과가 커 2년 이내에 통합 시너지를 30억달러, 성장 시너지도 10억달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사의 시가총액은 약 1300억달러로 분할 후 소재과학기업의 매출액이 5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의약품을 제외한 화학산업 최대의 합병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사는 저코스트 원료와 세계 최대급 올레핀(Olefin) 생산능력을 활용해 포장·수송·건축 등 최종시장의 혁신적 기능소재까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공룡기업으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강윤화 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 <화학산업 성장속도와 변동요인><메가트렌드와 성장산업으로서의 화학산업><DuPont의 사업영역 성장모델 (Chemours 분사 후)><DuPont의 사업부문 수익과 성장목표><Dow Chemical의 사업구성(2014)><Dow Chemical의 성장 드라이버(2015년 가을)><DowDuPont 분리 3사의 사업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