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SK, LG, 롯데, 한화, GS, 포스코 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삼성그룹이 5년간 360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SK 247조원, LG 106조원, 롯데 37조원, 한화 20조원으로 현대자동차 4년간 63조원이 밀릴 정도이다. GS, 포스코 등을 포함하면 10대 그룹의 5년간 투자액이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맞춰 미국에 반도체‧자동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은 것으로, 일부에서 미국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면서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민간경제 친화적 행보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그룹은 매출의 70%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 AI, 차세대 이동통신 등에 5년간 총 450조원을 투자하고 80%를 연구개발, 설비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재와 바이오 시장이 들썩일 수준이다.
SK그룹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BBC 사업에 5년간 247조원의 90%를 투자하고 국내에서 5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소재에 142조원,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에 67조원, 디지털화에 25조원, 바이오 등에 13조원을 투자한다.
LG그룹은 2026년까지 국내에 106조원 투자하고 5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 AI·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집중한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바이오에 중심을 맞추고 있다.
롯데그룹은 37조원을 투자해 바이오 의약품,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충전, 관광‧유통, 대체육, 건강기능식품을 육성하고, 한화그룹은 에너지·방위·항공우주 분야에 38조원을 투자하며 태양광‧풍력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고효율화를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도 63조원을 투자해 전기·수소·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강화하고 로보틱스·모빌리티·자율주행·소프트웨어 등 신규 사업을 육성한다. GS그룹, 포스코 역시 에너지, 바이오, 수소, 배터리 소재 사업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10대 그룹이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액수가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등 국내 주력산업이 총망라된 느낌이다. 만약, 발표한 그대로 실행한다면 5년 후에는 국내 산업 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들도 겁이 나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를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산업 활성화 정책 추진에 맞장구를 쳤다는 점을 제외하면 실제 내용이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발표된 내용을 재탕한 것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구체성이 없고 나열식이며 부풀려도 너무 부풀린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탄소중립이나 ESG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글로벌기업들은 투자나 중장기 비전을 발표할 때 반드시 탄소중립과 ESG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재벌그룹들이 화학사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