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팀크래커는 원료 다양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
스팀크래커의 원가 경쟁력은 2012-2014년 중국 CTO(Coal to Olefin) 및 MTO(Methanol to Olefin) 등장과 2015-2017년 동북아 NCC(Naphtha Cracking Center) 경쟁력 회복, 2018년 북미 ECC(Ethane Cracking Center)의 저가 원료 기반 경쟁력 확보, 2020년 이후 중국·중동의 COTC(Crude Oil to Chemical) 설비 등장과 더불어 급변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북미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 ECC 비중 확대로 저가 원료를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셰일가스는 개발에 높은 수준의 시추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며 시추리그 투자와 대량의 용수 공급이 필요해 막대한 인프라 코스트가 소요되는 반면, 전통적인 천연가스 대비 매장량이 많고 석유 채굴 가능기간인 44년보다 긴 기간 동안 채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LPG 투입 경쟁 본격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스팀크래커의 유연성 향상을 위해 LPG(액화석유가스)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LPG 수입기업 E1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원료용 LPG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3년 3월 1556억원, 7월에는 2030억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2019년 나프타(Naphtha) 대신 프로판(Propane)을 최대 74만톤 투입할 수 있는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31만톤의 NCC를 완공했고, GS칼텍스는 여수에 나프타와 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에틸렌 생산능력 70만톤의 MFC(Mixed Feed Cracker)를 완공했다.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CC: Sumitomo Chemical)은 주력 석유화학 사업장 싱가폴 PCS(Petrochemical Corp Of Singapore)의 스팀크래커 원료로 기존에 사용하던 나프타 뿐만 아니라 LPG까지 투입을 시작했으며 프로판이 아니라 부탄(Butane)을 선택해 주목되고 있다.
기존 설비를 부탄 분해가 가능한 사양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설비 개조 없이 전체 원료 투입량 중 10% 수준을 LPG로 바로 전환할 수 있다. 프로판은 PDH(Propane Dehydrogenation)용 수요가 많고 부탄보다 고가이며 코스트 절감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케미칼은 PCS에게 원료용 나프타를 공급하는 정유기업들이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다른 정유기업들도 석유화학 투자 확대 흐름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원료용 나프타 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판단하고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6월부터 LPG 투입을 시작했다.
PCS의 스팀크래커는 에틸렌 생산능력 110만톤, 프로필렌(Propylene) 84만5000톤에 생산량 80%를 파이프라인으로 인근 주롱(Jurong)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난방용 LPG 성수기인 겨울철 외에는 나프타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부탄 투입을 시도할 예정이다.
PTTGC(PTT Global Chemical)는 맙타풋(Map Ta Phut)에서 ECC 원료로 에탄(Ethane) 뿐만 아니라 프로판 등 LPG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OMP(Olefins Modification Project)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PTTGC가 가동하는 전체 스팀크래커 5기 가운데 프로판 투입이 가능한 설비는 2기로 늘어나고 최대 90만톤을 투입할 수 있게 돼 5기 기준 29%에 불과했던 프로판 비중이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CG(Siam Cement Group) 산하 SCG Chemicals은 베트남 남부 올레핀 설비에서 프로판 등 LPG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LPG 확대 트렌드 “선봉장”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 사업에서 LPG 투입 확대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5조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70억원으로 적자 폭이 175억원 확대되고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기초소재 사업은 영업적자가 828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3분기에는 매출액이 4조8157억원으로 12.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81억원으로 6분기만에 흑자 전환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의 긍정적 래깅 효과 및 스프레드 확대, LPG 투입 비중 확대, 저수익제품 가동률 조정 등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가스, 석탄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 중 나프타 투입 비중이 2010년 51%에 달했으나 셰일가스 개발로 에탄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2021년에는 40% 수준으로 하락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제품의 일종으로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나 에탄은 셰일가스,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돼 상대적으로 국제유가의 영향을 덜 받는 특징이 있다.
국내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투입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에탄을 원료로 투입하는 미국, 중동의 ECC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조치 등으로 2022년 이후 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 역시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 미국 웨스트레이크케미칼(Westlake Chemical)과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셰일가스 베이스 ECC에 투자했으며 2019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원료 설비 효율화를 위해서는 2021년 1400억원을 투입해 여수·대산 NCC에서 LPG 사용량을 늘리는 설비 개량을 진행해 완공 시 LPG 투입 비중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LPG 수입기업인 E1과 3586억원 상당의 공급계약을 맺음으로써 2023년 상반기에만 LPG 구매에 35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E1은 롯데케미칼에게 2024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대산 저장기지를 통해 LPG를 공급하며 계약물량이 약 4474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PG는 가격이 나프타 대비 80-90% 수준이며 같은 양의 나프타 대비 더 많은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어 생산성이 우월한 편이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여수 123만톤, 대산 110만톤 등 233만톤으로 국내 총 생산능력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에틸렌 생산 시 LPG 투입량을 2022년까지 40%로 끌어올린 후 에틸렌 생산능력에 따라 최대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다른 석유화학기업들도 원가 절감 및 이산화탄소(CO2)‧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축, 정유기업과의 경쟁우위 선점을 위해 LPG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정유기업, 석유화학 투자하며 NCC 탈피
국내 정유기업들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에틸렌 투입 원료를 다양화하고 있다.
화학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2030 메가트렌드인 정유-석유화학 통합 기조에 따라 국내 정유기업 역시 석유제품과 부산물로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셸(Shell)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중질유 베이스 석유화학 설비인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를 준공하고 상업 가동하며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등 3대 신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2030년 70%까지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20% 수준이다.
HPC는 NCC와 달리 나프타 투입을 최소화하고 나프타보다 저렴한 원료인 탈황중질유·부생가스·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정유기업에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2년 11월 창사 이래 최대 투자금액인 2조7000억원을 올레핀 생산설비인 여수 MFC에 투자했으며 에틸렌 75만톤, PE(Polyethylene) 50만톤, 프로필렌 41만톤, 혼합 C4유분 24만톤, 열분해 가솔린 41만톤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료로 나프타는 물론 LPG, 석유정제가스 등 정유공정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유분을 투입할 수 있으며 수소도 부가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총 7만6000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온산단지에 스팀크래커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기술을 도입해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5만톤과 120만톤의 HDPE(High-Density PE) 및 LLDPE(Linear Low-Density PE)를 생산함으로써 석유화학제품 생산비중을 12%에서 25%로 높일 계획이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T2C2는 에쓰오일 최대주주 아람코(Saudi Aramco)와 미국 러머스(Lummus Technology)가 개발한 저부가가치 연료유를 나프타로 전환하는 기술이며 기존 석유정제공정 대비 나프타 생산수율이 5배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ECC 투자 확대로 글로벌 공급과잉 초래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북미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미국의 저렴한 에틸렌계 유도제품 수출 증가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LG화학·롯데케미칼 등 NCC 가동 석유화학 6사는 2018년 이후 중국의 NCC, 미국의 ECC 신증설 프로젝트가 잇따르며 기초유분 중심 공급과잉이 심화돼 2022년 하반기 화학부문에서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합산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3%로 전분기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석유화학 기초유분 자급률이 2020년 에틸렌 109.9%, 프로필렌 115.5%, 부타디엔(Butadiene) 139.8% 등으로 이미 100%를 상회했고 ECC 중심 석유화학 생산능력도 에탄 원료의 가격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대폭 확대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해 대규모 ECC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 2025년 완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셰일가스 및 수송 인프라를 계속 개발한다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가격경쟁력 저하에 따른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이었으나 2016년 2월 루이지애나를 시작으로 LNG 수출을 시작했고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하락 흐름을 타고 당분간 수출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NG 수급은 유럽 수요가 계속 급증하며 2025년부터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량이 바이든 행정부의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2022년 62만배럴로 전년대비 4.3% 증가에 그쳤으나 2023년 고유가가 지속된 영향으로 글로벌 정유기업들이 셰일가스 시추기술 고도화, 개발단가 저감 등에 박차를 가하며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로 신기술 적용으로 저가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1990년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중동 및 러시아 등에 주로 매장돼 있는 기존 천연가스와 달리 전세계 30여개국 이상에 분포돼 있고 에너지 수요가 높은 중국, 미국에 집중 매장돼 미국에 이어 중국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유럽 에너지난으로 수요가 늘어나 시추리그 수가 2020년 32개에서 2023년 69개로 급증했다.
미국 셰일 채굴 선두기업 체서피크에너지(Chesapeake Energy)는 2020년 파산보호를 신청할 만큼 경영난이 심각했으나 최근 셰일가스 수요 증가로 2022년 1-9월 영업이익 13억달러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주가가 2배로 뛰는 등 단기간에 영업실적을 개선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진 미국 셰일가스 생산 증가와 중장기적 국제유가 상승 전망으로 ECC는 NCC 대비 원가경쟁력 우위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CC는 채굴된 천연가스를 에탄, 프로판 등으로 분리한 후 에탄 가스를 이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LPG, 친환경 연료로 주목
LPG는 탄소감축 트렌드에 따라 친환경 연료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LPG는 탄소배출계수가 0.713으로 경유(0.837)와 휘발유(0.783)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위원회(EC)는 연료 채굴부터 소비까지 LCA(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수송용 연료별 라이프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LPG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휘발유‧경유 자동차 대비 20% 적다고 발표했다.
휘발유와 경유는 생산을 위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나 LPG는 생산량의 70%가 정제 과정 없이 가스전이나 유전에서 채굴됨에 따라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며 고유가 시대에 천연가스를 대체해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으로 LPG 선박 역시 주목받고 있다.
LPG 선박은 기존 벙커C유에 비해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 등 유해배기가스 배출량이 80% 이상 적은 친환경 선박이며 가스체 연료 특성상 선박연료 유출 등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LPG 선박의 경쟁력에 따라 2019년 화물 컨테이너 운송 전문위원회(CCC)에 LPG 선박 안전지침을 제안해 2023년 6월 해사안전위원회(MSC)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며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친환경 LPG 선박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한 과제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자동차(EV)‧수소자동차와 함께 LPG 자동차 보급에 힘을 쓰고 있으며 LPG 자동차 지원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기 전망 보고서 Oil 2023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석유화학용과 아프리카의 가정용 수요 증가로 2028년 글로벌 LPG 수요가 일일 1590만배럴로 2022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용 LPG 수요는 연평균 80만배럴(2.5%)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이 글로벌 전체 수요 증가분의 30% 수준을 차지하고, 가정용 LPG 수요는 아프리카의 취사용 청정연료 보급 정책에 따라 연평균 15만배럴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