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이 원유 수출을 재개해도 미국의 가솔린 가격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원유 수출금지 해제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국제유가 폭락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정유 메이저들도 최근 수출금지 해제를 위한 압력단체를 결성하는 등 미국의 원유 수출 움직임이 한층 열기를 띄고 있다.
EIA는 미국의 가솔린 가격 동향을 국제유가와 비교한 결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가격보다 국제유가의 지표로 통하는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Brent)와 강하게 연동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TI가 미국의 가솔린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것은 브렌트유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2010년 이후로 브렌트유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출규제를 완화한 결과는 먼저 국제유가에 끼치는 영향을 거쳐 미국 가솔린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미국의 가솔린 가격이 여름 수요기를 지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하는 것은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가솔린 수출을 확대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 미국 원유가격이 국제가격 수준으로 상승해 가솔린을 필두로 연료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로 수출 재개파들의 입지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석유생산협회는 최근 수출금지 해제를 위한 로비활동을 실시하는 단체를 결성했다.
로이터(Reuter) 통신에 따르면, ConocoPhillips를 중심으로 14사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Wood Mackenzie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해외시장에 원유 판매를 시작하면 미국의 석유 개발기업들의 이익은 배럴당 5달러를 상회하고 판매량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한층 더 하락하면 셰일가스(Shale Gas) 개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석유개발업자들의 수출금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저렴한 원유가격으로 혜택을 입고 있는 정유기업들도 단체 움직임에 나섰다.
셰일혁명 이후 경질유 생산량이 급증해 중질유 분해에 적합한 미국의 정제설비로는 전부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원유 수출 재개 논의의 시작점이지만, 독립계 정유기업 4사로 구성된 CRUDE는 EIA의 보고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CRUDE는 미국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경질유에 해당하는 원유 수입량 감소와 2020년까지 연평균 5000만-2억4000만달러의 설비투자, 기존 정제설비의 가동률 조절 등으로 현재에 비해 10-20% 많은 경질유를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다만, EIA는 미국 전역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지속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처리된 원유 일부는 나프타(Naphtha)로 아시아지역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유는 나프타 수율이 높아 원유 수출금지 규제가 지속되면 나프타 과잉생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미국 정부는 2014년 여름 컨덴세이트(Condensate) 수출을 일부 허가했으며 아시아에도 아로마틱(Aromatic)의 원료로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기업 가운데 GS칼텍스는 Mitsui Chemicals이 미국 휴스턴의 Enterprise Products Partners(EPP)오ㅘ 계약한 컨덴세이트 40만배럴을 Mitsui상사를 통해 여수항으로 들여왔고, SK에너지는 텍사스 Eagle Ford로부터 40만매럴을 도입해 테스트작업을 실시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를 둘러싼 논의는 아시아 석유화학 원료 시황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