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은 2020년 경영실적이 예상 밖으로 양호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2020년 중반까지도 생사가 불투명했던 석유화학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화학소재와 헬스케어는 불황 국면에서도 선전했으며, 플래스틱과 고무는 수요 증가의 영향이 뚜렷했다. 다만, 정유기업들은 국제유가 폭락과 이동제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코스피 100대 화학기업의 면면은 2019년과 별 차이가 없지만 정유4사가 고전한 반면 석유화학은 중국 수요 호조를 타고 반전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플래스틱이나 헬스케어는 코로나19 사태의 덕을 크게 보았다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정유4사를 차치하더라도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업과 다운스트림이나 소재를 함께 생산하는 종합화학기업 사이에는 차이가 두렷했다. 매출액 감소는 논할 가치가 없으나 영업이익은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10대 석유화학기업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9년 5.2%에서 2020년 5.5%로 0.3%포인트 개선됐다고 하나 100대 화학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6.6%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기초유분과 범용수지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의 영업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것은 의미가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5월 대산 크래커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수요 부진에 생산 차질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화토탈은 특별히 나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 경제가 2020년 하반기부터 활성화돼 석유화학제품 수요를 끌어 삼키는 블랙홀 역할을 다시 수행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상반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고전이 불가피했으나 하반기에 중국 수요 증가를 타고 아시아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폭등세로 전환돼 수익성이 개선될 수밖에 없었으나 기초유분이나 범용 합성수지가 현물가격 강세와는 별개로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 것은 중동산에 미국산과의 경쟁으로 현물가격 폭등의 영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LG화학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 하반기부터 초강세로 전환된 ABS, PVC의 마진이 크게 높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LG화학은 ABS와 PVC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업이익 개선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화학섬유는 코로나19 마스크용 부직포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고전했고, 플래스틱도 식품‧택배용 포장재를 중심으로 선전했으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E, PP 등 폴리머 현물가격이 강세를 나타낸 가운데 원료가격을 100% 전가하지 못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점은 헬스케어가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셀트리온 등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전했고, 앞으로 바이오제약을 비롯한 헬스케어가 화학사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이 고전한 것이나 제약기업들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것은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이 2020년 선전한 것은 환영하나 중국 요인을 제외하면 어찌 됐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매출 1조 클럽을 달성한 제약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나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