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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용 비철금속이 급등하면서 자동차용 LiB(리튬이온전지) 리사이클 기술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2025년 이후 LiB를 탑재한 자동차의 수명이 끝나기 시작하면 LiB 리사이클을 통한 비철금속 회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25년 이후 LiB를 탑재한 자동차가 연평균 20만대 이상 폐차됨에 따라 폐기되는 LiB가 1만톤 이상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폐배터리를 주택에서 축전용 등으로 재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리사이클 기술을 실용화함으로써 양극재에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 조달을 다원화할 방침이다.
다만,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희소금속 초강세로 LiB 리사이클 부상
LiB는 리튬이온이 니켈과 코발트를 포함한 전이금속 산화물인 양극과 탄소계 소재인 음극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반응에 따라 충전‧방전되며 실용화한 2차전지 가운데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아 전기자동차(EV) 구동용 전원, 스마트그리드용 축전 시스템 등 대형 용도에 채용되고 있다.
양극재에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은 특정지역에서만 생산됨에 따라 항상 공급난, 가격변동의 위험성이 있어 LiB 소재 가운데 주요 리사이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니켈, 코발트는 최근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보급에 따른 LiB 수요 확대로 초강세를 계속하고 있다.
니켈은 2021년 9월 톤당 2만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11월 2만1000달러로 올랐으며, 코발트는 10월부터 2개월 동안 약 30%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돼 희소금속 안정조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LiB 리사이클 프로세스를 가동하면 코발트, 니켈 기준으로 10만달러 수준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튬은 비교적 매장량이 풍부하나 유럽이 니켈, 코발트와 함께 리튬 재생소재 사용에 대한 법규화를 검토하는 등 장기적으로 리사이클 소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iB 리사이클은 회수한 LiB 팩을 열처리에 따라 무해화하고 커버에 사용되는 알루미늄과 철, 양극재에 사용되는 구리와 니켈, 코발트, 리튬이 농축된 금속분말로 분별한 후 금속분말에서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탄산리튬, 수산화리튬을 추출‧정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철금속 생산기업의 제련기술은 열처리 후 귀금속을 고순도로 추출하는 프로세스에 응용되고 있다.
LG‧SK‧삼성, 폐 LiB 재활용 사업 진출 경쟁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생산기업들은 비철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교체 주기가 5-10년에 불과해 2030년경에는 국내 폐배터리 시장이 20조원으로 성장하고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최대의 배터리 재활용기업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6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를 재활용해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라이-사이클로부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을 2030년부터 10년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BMR(Battery Metal Recycle)을 본격화하기 위해 BMR 추진 담당을 신설했고, 별개로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2021년 10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협약을 맺고 사용 후 배터리 성능검사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피엠그로우 지분을 인수한 바 있고 포스코, GS 역시 폐배터리 사업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배터리 3사는 전기자동차 폐배터리를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기업인 중국 CATL이 50억달러(약 6조원)의 배터리 재활용 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폐배터리 회수체계를 국내에서 먼저 구축한 후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고 테슬라(Tesla), 폭스바겐(Volkswagen), 다임러 벤츠(Daimler Benz) 등도 폐배터리 기술 개발이나 재활용 공장 건설을 적극화하고 있다.
에너지연구원은 국내 전기자동차 폐배터리가 2021년 440개, 2025년 8300개, 2029년 7만9000개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와, 열처리 기술 바탕으로 프로세스 개발
일본은 희소금속 조달전략으로 리사이클 기술을 개발하는 관민 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비철금속 생산기업들도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비철금속 생산기업 도와(Dowa Holdings)는 2018년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의 LiB 공동회수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2019년 아키타(Akita) 공장에서 상업생산 수준의 리사이클 설비를 가동해 LiB 팩에 사용되는 철, 알루미늄, 구리, 코발트‧니켈 혼합물 등을 분리‧회수해 제련원료로 재자원화하고 있다.
도와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열처리 기술을 리사이클 프로세스에 적용하고 있다.
연료 제어에 따라 방전시켜 해체하지 않고 LiB 자원 회수‧재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며, 현재는 수명이 끝난 LiB 탑재 차량이 많지 않아 배터리 및 장치 생산기업의 공정에서 폐기된 배터리를 중심으로 리사이클해 코발트‧니켈 재생소재를 제련기업에게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효율, 고품질 자원회수를 실현하는 차세대 기술로 금속분말을 슬러리화한 후 리튬 침출액, 코발트‧니켈 농축물을 자력으로 선별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회수한 탄산리튬은 순도 99% 이상의 공업용 그레이드 수준의 품질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는 배터리 품질 수준으로 회수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아키타 공장은 처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No.3 소각설비에서 LiB를 비롯한 전기‧전자기기를 리사이클하기 위한 인허가를 취득함으로써 No.2 소각설비를 포함해 최대 수용능력을 6배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일본에 전‧후공정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산요(Sanyo) 공장에서 파쇄‧선별 기능을 보유한 후공정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타이에서 배터리 처리용 배소로를 가동한데 이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열처리를 위한 소각 무해화 설비를 가동했다.
JX NMM, 일본‧독일에서 재활용 사업화 추진
JX Nippon Mining & Metal(JX NMM)은 일본과 독일에서 자동차용 LiB 리사이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바라키(Ibaraki)의 히타치(Hitachi) 기술개발센터에서 고순도 금속염 회수기술을 개발한 후 처리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쓰루가(Tsuruga) 공장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하면서 JX Metals Circular Solutions를 설립해 실용화 및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LiB 리사이클을 사업화하기 위해 2020년 8월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 JX Metals Circular Solutions Europe을 설립했으며 일본 기술개발센터와 동일한 소규모 설비를 도입해 2022년 가동할 예정이다.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용 LiB 리사이클 기술은 열처리와 금속염을 직접 회수하는 습식처리를 조합했으며, 열처리는 섭씨 500-600도에 달하는 고온에서 금속염을 고순도로 회수하기 위해 압력, 반응 분위기 등에 대한 정밀한 제어가 요구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습식처리는 열처리와 파쇄분별로 회수한 배터리 분말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코발트, 니켈, 리튬을 용매로 추출하는 방식이며 코발트와 니켈은 황산코발트와 황산니켈로, 리튬은 탄산화한 후 여과해 탄산리튬으로 회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X NMM은 회수한 LiB 팩을 해체해 모듈 단위로 처리할 방침이며 회수한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탄산리튬을 양극재에 재이용하는 폐쇄반복(Closed Loop) 방식의 리사이클을 구상하고 있다.
SMM, 독자 리사이클 프로세스 확립
Sumitomo Metal Mining(SMM)은 사용이 끝난 LiB를 이용해 구리, 니켈, 코발트, 리튬을 재자원화할 수 있는 신규 리사이클 프로세스를 확립한 후 사업화를 위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SMM은 2017년 에히메(Ehime)의 도요(Toyo) 공장과 니켈 공장에서 구리 및 니켈 리사이클 프로세스를 실용화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용이 끝난 LiB로 배터리 to 배터리 리사이클을 실현했다.
2019년에는 에히메의 니이하마(Niihama)에 설치한 파일럿 플랜트에서 코발트 회수에 성공했다.
파일럿 플랜트는 LiB 리사이클 전용 건식 제련공정과 습식 제련공정을 조합한 것으로 얻어진 니켈‧코발트 혼합액을 원료로 LiB 양극재를 생산해 평가한 결과 기존제품과 배터리 성능이 동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식 제련공정에서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가용성 슬러그 산출에도 성공했다.
앞으로는 파일럿 플랜트에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일본에 상업설비를 건설해 독자기술을 조합한 신규 리사이클 프로세스를 검증할 계획이다.
SMM은 자동차에 탑재하는 LiB용 양극재 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양극재 개발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리사이클 기술을 조합함으로써 종합적인 배터리 소재 개발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협업 프로젝트도 가속화
Mitsubishi Materials(MMC)는 2020-2022년 일본 환경성 위탁사업인 기타규슈(Kitakyushu) 지역의 전체 최적 LiB 재이용‧재활용 기술‧시스템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열처리 이전의 배터리팩 열화진단, 방전, 로봇에 따른 해체‧선별공정과 열처리 후의 황산코발트‧황산니켈 회수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5년 이후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Toho Zinc는 2021년 8월 Asaka Riken과 공동으로 LiB to LiB 리사이클을 실현하는 전처리 프로세스를 확립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계약을 체결했다.
Toho Zinc는 1990년대부터 사용이 끝난 2차전지를 이용해 유가금속 리사이클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사용이 끝난 LiB는 건식처리 이후 희소금속 추출‧정제처리 프로세스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자 습식처리 기술을 보유한 Asaka Riken과 협엽에 나섰다.
Asaka Riken은 습식처리에 따라 희소금속을 높은 회수율로 추출하는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Toho Zinc와 Asaka Riken은 사용이 끝난 LiB를 이용해 배터리 소재로 재투입할 수 있는 희소금속을 추출‧정제하는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건식처리 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2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