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섬원료 시장이 요동을 치더니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들이닥침으로써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활기라는 표현은 그럴싸한 것이고, 사지를 헤매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국내 경제‧산업은 섬유가 근간이고 1970년대 무렵부터 섬유‧봉제 수출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산업을 육성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합섬원료는 섬유산업이 부상할 때 주로 수입에 의존했고 투자비 부담이 무겁지 않은 1990년대부터 생산능력을 확대한 나머지 섬유산업이 퇴조할 무렵에 자급체제를 갖추었고 현재는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국내 화학산업은 공급과잉을 기본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구조라는 점에서 합섬원료도 수출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상태이나 수출구조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4년 전까지는 전체 석유화학이 그렇지만 합섬원료도 중국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고 중국 수출이 중단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점을 노출했다면, 최근에는 중국 의존도가 여전한 가운데 인디아가 생사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디아는 거리가 멀어 운송코스트가 높고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 날짜를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책적 리스크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디아 수출을 활성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디아 역시 그리 만만하게 덤벼들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디아를 도외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합섬원료 전반에 걸친 공급체인 리스크를 점검하고 해결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인 3월 화학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체인 리스크를 진단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화의 문제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어 공급체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기회를 확대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체인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함으로써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물류, 영업에 이르기까지 잠재적 위험을 파악‧평가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합섬원료는 생산을 글로벌화하지는 않고 국내 위주로 생산하고 있으니 생산영역을 재조정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공급체인을 중국, 인디아로 한정하지 않고 더욱 다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극심한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PTA가 단적인 예이다.
아울러 일반적인 공급체인 관리와는 다른 시스템, 자본 흐름, 인력 배치, 정보 공유 관점에서 잠재적 위험성을 분석하고 물류, 해외시장, 유통, 위탁 등 모든 관점을 재검토함으로써 수출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신흥국과 관련된 사업 대부분이 성숙기·안정기에 들어섰다는 관점에서 공급체인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적극적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