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진화원리를 활용해 친환경 바이오연료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 3인이 2018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는 단백질 중 생체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일부 치환해 효소의 기능이 바뀔 수 있음을 1993년 최초로 확인했고 오늘날 효소 변형을 통해 바이오연료나 유용 화학물질을 만드는 친환경 촉매를 개발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변형 효소를 이용하면 복잡한 화학공정을 간단하게 줄이거나 유독물질을 투입하지 않고도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조지 스미스 미주리대학 교수는 박테리오파지라는 세균 감염 바이러스를 이용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하는 파지 전시방법을 개발했고, 그레고리 윈터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은 파지 전시방법을 이용해 실제 의약물질로 사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DNA에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한 다음 질병을 억제하는 항체를 찾았고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염증을 억제하는 항체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으며, 2017년 매출이 20조원을 넘긴 글로벌 1위 의약품 휴미라 개발로 이어졌다.
2018년 노벨 화학상은 바이오화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화학산업에 국한해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이미 미래의 먹거리로 바이오화학을 선정하고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이 없고 바이오화학의 성장성을 재차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화학산업은 기초 및 연구개발 부문이 워낙 취약하다보니 바이오화학에는 재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화학기업 경영자들조차도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장기 성장과제인 바이오화학에는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 성과를 올릴 수 있으면 진입을 시도하나 대부분 시늉이 그치는 수준이다.
바이오화학과는 거리가 먼 삼성그룹이 가장 크게 바이오화학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삼성그룹이 제일합섬을 시작으로 화학 관련사업을 장기간 영위했고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든 후 한화 및 롯데그룹에게 매각한 것은 사실이나 바이오화학을 키울만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바이오의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라는 바이오의약품 제3공장을 완공하고 cGMP 생산에 돌입한 것이 단적인 예로, cGMP 기준 3개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바이오화학을 석유화학을 대체할 핵심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새로운 사업역량을 모색하는데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Sumitomo Chemical은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게놈 해석·편집, 세포 형질을 분석하는 표현형 해석 등 바이오 관련기술을 새로운 생명과학 사업 창출에 활용하고 있으며, 농약 및 화학제품의 안전성 평가에 응용하거나 미량물질을 인식하는 특수 항체를 사용해 암을 진단하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시켜 신약 개발은 물론 다양하게 응용함으로써 성장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바이오화학을 적극 육성하는 자세와 결단이 필요하다.